한글궁체연구 - 흘림서체 원전의 구성미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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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에서는 낙셩비룡, 보은긔우록, 옥원듕회연, 후슈호젼, 옥누연가 5종의 원전을 선정하여, 서선미, 율동미, 역학미, 조화미, 성정미, 여백미, 묵색미라는 기준으로 평가 및 분석하였다. 5종의 실제 문자 크기는 서로 비슷하며, 1센티 미만의 작은 글자이다. 옥원, 낙셩, 후슈호전은 줄을 일정하게 맞춰 정돈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글자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지면 전체적인 아름다움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흘림체는 선을 바르게 맞추더라도 글줄 사이가 균일하지 않으면 보기에 좋지 않다. 보은긔우록이 이에 해당한다. 흘림체는 글자 크기가 균일하지 않은데, 대체로 받침이 있는 글자를 크게 쓰고, 글줄의 끝에 오는 글자는 남는 공간에 맞춰 썼다. 크기에 대한 일정한 규칙을 분석해보면, 가로모임꼴에 받침이 오는 경우 가장 크고 특히 ㅂ, ㄹ, ㅅ 받침을 쓸 경우 가장 커진다. 그다음으로는 세로모임꼴에 받침이 오는 경우, 마찬가지로 ㅂ, ㄹ, ㅅ 받침을 쓴 문자가 그중에서 가장 크다. 받침이 없는 경우에는 세로모임꼴보다 가로모임꼴이 더 크다.
분석한 바를 살쳐보면, 서선미는 글줄의 가지런함을 얘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낙셩, 옥원, 후슈호전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종합 평가 역시 이 세 가지 원전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밖에 율동미는 낙셩, 옥원, 역학미는 옥원, 후슈호전, 옥누, 조화미는 옥원, 성정미와 여백미는 낙셩, 옥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옥원듕회연은 모든 기준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옥원듕회연, 낙셩비룡, 후슈호전 순으로 보인다. 흘림체는 구성과 균형에서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데 옥원듕회연은 그 표현이 날카로운 듯 부드럽고 섬세하면서도 율동적인 멋을 풍기는 가장 아름다운 서체라 평가하고 있다. 보은귀우록은 날카롭고 산만하며, 후슈호전은 짜임새가 아기자기하여 여성적인 느낌을 담고 있고, 옥누연가는 강하고 날카로운 서체라 평가하고 있다.
흘림체를 많이 찾아보지 않는 내가 보더라도 다른 원전들에 비해 옥원듕회연의 흘림이 가장 가지런하고 균일하게 보인다. 낙셩비룡은 글줄이 기울어져 보이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각 글자의 간격이나 크기가 불규칙하게 느껴진다. 특히 인, 은과 같은 글자에서 ㅇ이 과하게 부각되는 부분 역시 눈에 띄며, 굳이 가장 괜찮은 글자를 뽑자면, 상, 낭, 권 등 가로모임꼴에 작은 받침이 들어올 때 균형이 적당해 보인다. 보은긔우록은 산만해 보인다. 글줄뿐만 아니라 각 글자의 기울기도 조금씩 쓰러져 보여 불안정하고 로, 오, 의 같은 글자는 으, 드에 비해 중성이 짧아 이상해 보인다. 참, 작과 같은 글자는 초성과 종성 사이 공간이 너무 넓어 보이고, 행간, 자간뿐만 아니라 글자의 속공간도 균일하지 않다. 그중 개인적으로 듯 글자가 하나 좋아 보인다. 옥누연가는 위 두 가지 원전보다는 가지런하고 균일해 보인다. 하지만 옥원듕회연이나 후슈호전에 비하면 짜임새가 부족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처럼 강하고 날카로운 획형을 좋아하기 때문에 낙셩비룡보다는 옥누연가가 더 좋은 것 같다.
후슈호전은 개인적으로 가장 짜임새가 좋은 흘림이라 생각하지만, 장평을 좁혀 타이트하게 조판한 편집디자인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균일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휘, 회, 홍 같은 글자에서 ㅎ이 좀 크게 보인다. 받침이 없는 민 글자 중 세로모임꼴이 조금 작은 편이지만 크게 어색하진 않아 보인다. 옥원듕회연은 필자가 평가한 것과 같이 모든 부분에서 가지런하고 균일해 보인다. 글자와 글자 사이가 조금 넓어 보이지만 이건 현대 한글 활자의 쓰임에 익숙해져 이보다 좁은 자간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