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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Feb 25. 2024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눈크림 케이크

2024년 2월 23일, 오늘은 누구의 생일이길래? 


어제는 아이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오티에 참석해야 했다. 

유치원 오티가 끝난 뒤에 나는 아이를 돌봐야 했기에 문수산을 갈 수가 없었다. 

간밤에 눈이 많이 내려서 온 세상이 생크림 케이크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우리 아이는 썰매개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눈 위에 벌러덩 드러눕고 구르며 신나게 놀았다. 나는 아이를 썰매에 태워서 아이의 유치원까지 끌고 데려갔다. 


유치원 오티가 끝나고 아파트 단지에서 눈싸움도 하고 썰매를 타며 한참 동안 아이와 놀았다. 

그리고 아파트 커뮤니티에 있는 실내 놀이터에 데리고 가서 2시간을 놀았다.

오후 3시쯤, 나는 너무 배가 고팠다. 밥도 안 먹고 놀기만 하겠다고 울며 불며 떼쓰는 아이를 달래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주먹밥을 만들어서 아이와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좀 쉬고 싶었지만 아이가 키즈카페를 가자고 성화다.

나는 집에서 아이와 놀아줄 체력과 자신이 없었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로 갔다. 

키즈카페 9회 정기권을 벌써 다 쓰고 1회 마지막 정기권이 남아 있었다. 아이는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텐션의 또래 친구랑 신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았다. 


저녁 7시 반이 되자 시간이 다 되어 키즈카페를 나왔다. 늘 그렇듯이 이렇게 키즈카페를 갈 시간이 되면 더 놀고싶어서 안 가겠다고 성화인 아들에게 뽑기를 시켜주겠다고 유혹하여 데리고 나왔다. 아이는 뽑기에 오백 원 동전 하나를 넣고 말랑이를 뽑았다. 세상을 다 가진 듯이 행복해하는 아들을 보면서 그저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신나게 놀더니 이번에는 배가 고프다고 야단이다. 트레이더스에 들러서 스파게티를 시켜서 저녁으로 먹였다. 


내일은 아이 어린이집 수료식이 있는 날이다. 밥을 먹이고 아이와 함께 마트를 둘러보며 같은 반 친구들에게 줄 간식 선물을 샀다. 그동안 어린이집 친구들과 많이 정들었을 텐데 우리 아이는 오히려 씩씩하다. 집에 들어오니 저녁 9시 10분이었다. 나는 오늘 아이와 꽉 찬 하루를 보내고 와서 방전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씻겨야 하고 내일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나눠줄 간식 꾸러미도 포장해서 준비해야 했다. 

아이를 욕조에 담가 놓고 아이가 물놀이를 하는 동안 나는 간식 꾸러미를 손 빠르게 포장했다. 

마무리를 남편에게 부탁해 놓고 아이와 함께 목욕을 하고 나왔다.


목욕하고 나오니 9시 50분이었다. 우리는 보통 9시면 불을 다 끄고 취침에 들어가는데 오늘은 한 시간이나 늦어졌다. 아이를 눕히고 책은 못 읽어주더라도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안 들려주면 아이가 한참을 칭얼대고 보채며 잠을 안 자려고 한다. 마지막까지 젖 먹던 힘을 내어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냥 아이의 하루 일과를 들려주는 것일 뿐인데 우리 아이는 이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고 잠들기 전에는 꼭 들어야만 하는 코스가 되었다. 아이의 발 뒤꿈치로 귓방망이를 맞고 깜짝 놀라서 자다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30분이었다.      


오늘은 그렇게 아이를 마지막으로 어린이 집에 등원을 시켜주었다. ‘이 먼 거리를 아이를 태워서 지난 1년 6개월간 등, 하원을 시켰다니......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하......’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나오며 전등석화 같은 지난 1년의 속도에 탄식하였다. 


그리고 날마다 그랬듯이 문수산 시골집으로 왔다. 배낭을 챙겨서 산으로 올라갔다.

문수산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발이 푹푹 빠졌다. 맨발로 걷기에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있었다.

결국 신발도 양말도 다 젖고 말았지만 말이다. 산은 눈 내린 겨울산이 정말 아름답고 예쁘다. 

하얀 눈에 태양이 반사되어 오늘따라 더 눈이 부셨다.  

썰매 타기 딱 좋은 설산이었다. 오늘은 필히 아이를 일찍 데리러 가서 눈썰매를 끌어줘야 한다.


오늘은 문수 산성까지 올라갔다 왔다. 문수 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하얀 눈 밭 위에서 까만 고양이 두 마리를 보았다. 까만 고양이와 하얀 눈이 대비되어 그 순간 까만 고양이의 그 반짝이는 눈이 눈에서 피어난 별꽃 같았다. 눈 덮인 겨울산은 너무나 아름답다. 나는 하얗고 반짝이는 눈꽃 같은 문수산의 마음이 전해져서 작시를 해 보았다. 


오늘은 누구의 생일이길래?


하얗고 달콤한 생크림케이크처럼

문수산은 오늘 하얀 눈크림 케이크가 되었네?


누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케이크일까?

문수산에 사는 아기 고라니의 생일일지도 모르지.


하얀 눈 밭 위에 까만 고양이 두 마리

눈꽃을 먹고 피어난 별꽃 같은 눈동자에

우주가 반짝거리네.


문수 산성에 올라 케이크 한 조각 베어무니

시원하고 달콤한 그 맛에

모든 번뇌가 사르르르 녹나니


이것이 바로 신선놀음의 참맛일세~

늴리리야 늴니리야 니나노~


마음이 내키는 대로 작시를 하고 보니 마냥 기분이 상쾌하고 즐겁기만 했다.

태평가를 부르며 아이의 마지막 하원을 마쳤다.다음 주부터는 일주일간 방학이다. 

일주일간 고강도 풀타임 육아가 시작된다. 

스키장에 데려가서 스키를 가르쳐 줄 계획이다. 하루 종일 아이를 눈밭에서 굴려서 뻗게 만들 작정이다.

아마도 아이가 뻗고 나면 나도 곧바로 뻗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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