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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론스톤 Mar 02. 2024

지옥체험 1박 2일 스키캠프 이튿날

아들과 단 둘이 떠난 불맛 스키여행

어제는 아들과 지산리조트에서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스키 육아로 하루를 하얗게 불태웠다.

모텔에 돌아와서 지친 아들은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뻗어 잠들었고 나도 후다닥 샤워를 급히 마치고

뻗어버렸다. 자고 일어나서 아이를 씻겼다. 모텔의 화장대 위에는 일회용 샴푸와 콘돔, 칫솔, 과자 등등이 가지런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과자를 발견하고 과자를 먹었다. 아이는 과자를 먹고 나는 아이의 젖은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주었다.


오전 9시에 스키장이 오픈하기에 짐을 챙겨서 서둘러서 체크아웃을 했다. 요즘 모텔은 주차장도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개인 호실별 주차장이 단독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차가 노출되지 않게 주차를 하면 자동으로 차단막까지 내려왔다. 신기했다. 아이와 렌탈샵에 들러서 스키와 부츠를 렌탈하고 9시 무렵에 지산에 도착했다.

아침 공기가 정말 상쾌했다. 오늘은 3시간 정도만 타고 집에 갈 생각이다. 어제 아이와 첫날부터 너무 많이 놀았고 오늘은 3시간 스킹으로도 충분하다. 체력이 바닥이 났지만 아이와 이번 시즌 끝무렵, 처음이자 마지막 스킹이 될 하루이기에 이 환희로운 순간을 온 마음을 다해서 즐기기로 했다.


아이를 끌고 다니며 스킹을 하려면 밥을 든든히 잘 먹어야 하는데 아이가 얼른 스키 타러 가자고 칭얼대는 바람에 밥도 못 먹고 스키를 타게 되었다. 리프트에 앉아서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온 그래놀라바를 대충 하나 꺼내먹었다. 이틀째가 되니 아이가 슬로프의 속도감에 친숙해진 것 같았다. 넘어져도 칭얼대거나 울지 않고 슬로프에 편안하게 누워있었다. 초급 슬로프에서 아이는 폴대를 가슴에 대고 두 손으로 폴대를 잡고 내게 의지하여 업, 다운하며 내려오는 연습을 했다. 우리 아이는 에이자 자세는 힘들어했다. 자세를 잡아주어도 금방 자세가 깨졌다. A자 자세를 도와주는 스키 클립이 없어서 내가 스키 끝을 모아서 손으로 잡고 허리를 숙인채 뒤로 내려오며 아이에게 그 자세의 느낌을 알려줘야 하는데 체력 소모가 엄청나게 컸다.


오늘은 그냥 눈을 느끼고 가는 것만으로도 큰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다음 시즌에는 스키 클립을 챙겨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는 그 다음 단계인 업, 다운은 오히려 잘 이해하고 자세를 잘 취했다.

슬로프를 대여섯 번 타면서 계속 업, 다운을 반복해서 연습시켰다.

오후 11시 40분에 철수를 하고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푸드코트로 갔다. 오늘도 중국요리를 먹기로 했다.

황제짬뽕에서 짜장면과 짬뽕, 공깃밥 한 그릇을 시켜서 아이는 짜장밥을 먹고 나는 짬뽕을 먹었다.

둘 다 아침을 굶고 허벅지와 엉덩이가 뜨거워지는 불맛 스킹을 하고 먹는 점심이라 짜장면과 짬뽕이 유난히 달고 맛있었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나자 아이는 또다시 슬로프로 가서 놀겠다고 했다.

'하..... 잘못 데리고 왔다......'

나는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이미 아이는 식당의 문쪽으로 달려가서 얼른 나오라고 나를 불러댔다.

빈 그릇을 반납하고 아이와 함께 스키장으로 갔다. 아이는 초급 슬로프 아래쪽 경사에서 걸어 올라가서 스키를 탔는데 올라갈 때 내가 아이를 끌어줘야 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놀았을까? 나는 너무 피곤해서 이제 정말 철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이제 집에 가자고 했다. 아이는 안 가겠다고 슬로프에 넘어진 채로 엎드려서 울고 불고 떼를 쓰며 난리였다.


지산리조트 근처에 공룡수목원이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공룡수목원에 가서 공룡들을 구경하고 가자고 꼬셨다. 아이는 표정이 금세 환해져서 철수에 동의하고 스키 플레이트를 벗었다.

"휴......"

우리 아이는 에어건 존으로 가서 스키를 세워놓고 에어건으로 스키에 묻은 눈을 청소하는 일에 상당히 진지한 태도로 열과 성의를 다했다.


렌탈샵에 스키와 부츠를 반납하고 덕평공룡수목원으로 갔다. 공룡수목원은 지산리조트에서 5분 거리에 있었다. 어린이집이 방학기간인데도 수목원이 휑했다. 관람로 방향을 따라서 아이와 함께 수목원을 들어갔다.

우리가 제일 먼저 만난 공룡은 목이 긴 브라키오 사우르스였다. 아이는 브라키오 사우르스와 인사를 하고 연못에 사는 잉어들도 만나서 잉어들에게 과자 부스러기도 부셔서 던져주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온 여행이 즐거웠는지 그저 행복해 보였다. 그동안 아이와 여행 한번 제대로 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이런 시간을 그리워했을지...... 붕어와 잉어들과 한참을 놀고 무지개 계단을 지나서 올라갔더니 트리케라톱스, 스테고 사우르스, 파키케팔로 사우르스, 벨로키랍 토르 등등 별의별 공룡들이 다 모여 있었다.


수목원에는 다이노카페라는 곳도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모양의 공룡빵도 팔고 공룡핫도그도 팔고 있었다. 아이에게 수목원을 한 바퀴 돌고 와서 다이노카페에 와서 쉬었다가 가자고 했다.   

우리는 수목원 리플릿에 표시된 키즈놀이터를 찾아서 걸어갔다. 키즈놀이터는 공룡관 옆에 있다고 해서 공룡관을 찾아서 갔다. 공룡관 앞에 기차와 범퍼카가 있는 구역이 바로 키즈 놀이터였다. 그러나 범퍼카는 커버로 덮여있었고 기차도 운행을 하고 있지 않는 듯했다. 아이는 크게 실망한듯했다. 아이를 잘 달래서 공룡관의 화려하고 다양한 공룡들과 곤충들을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공룡관과 곤충관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는데 주중이라서 그런 건지 저출산 문제로 아이들이 없는 건지 어쩐 건지 비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동물 빌리지로 이동해서 오리와 기니피그, 닭, 백공작, 염소, 말, 양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육 식물원과 화원도 있었다. 나는 화원을 천천히 구경하며 가고 싶었지만 아들 녀석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칭얼대는 바람에 빠르게 돌고 나와서 다이노 카페로 갔다.


다이노카페에 가서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나서야 아이는 조용해졌다. 공룡빵도 주문했다.

브라키오사우르스로 추정되는 모양의 공룡빵이었다. 밀가루 반죽에 슈크림 앙꼬가 들어있었다. 아이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즐거운 듯했다.

우리는 공룡수목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는 무척 피곤했는지 출발하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 1박 2일 아이와 떠난 스키여행으로 나도 피로가 축적되어 어깨며 허벅지며 온몸이 천근만근이었다. 희한하게도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다음 시즌에는 아이와 함께 겨울 시즌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시즌권을 구매해서 겨울 시즌을 하얗게 불태워볼 작정이다. 내년 겨울은 스키장 근처에서 달방을 구해서 시즌 치병을 하기로 했다.          

"귀여운 아들아! 앞으로는 엄마가 몸이 부서지더라도 지옥스키 자주 데리고 다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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