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몇 단계더라
어쩌다 보니 만화와 관련된 온라인 수업을 듣게 됐다. 내가 생각했던 커리큘럼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소재가 만화이니만큼 지루하진 않았다. (대학시절 수강신청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이건 취소하고 바꿀 수가 없었다.)
그중에 여러 번 반복해서 나왔던 주제가 스토리텔링. 좋은 스토리텔링의 조건. 간단하게는 5단계에서 많게는 12단계까지 쪼개진다. 해당 조건을 충실히 따른 좋은 예와 나쁜 예가 나온다. 작법서에 많이 나오는 이야기들.
(미리 말하지만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다. 내 개인적인 반응이다. 나도 수없이 많은 작법서를 읽었다.) 이런 글들을 보고 있으면 '위대한 기업의 7가지 조건'이란 책이 생각난다. 영어로 'Good to Great'였던가. 기억나는 건 책의 내용이 아니라 책이 나오고 10년 뒤에 봤더니 절반 이상이 더 이상 위대하지 않더라는 거다. 시대는 변한다. 규칙도 변한다. 그래서 영원불멸이란 없다.(물론 사람들은 불멸을 좋아한다.) 여하튼 나의 이런 꼬인 속은 저런 규칙들을 보면 괜스레 부정적이 된다. 제대로 한 번 따라 해본 적도 없으면서 비판하는 꼬락서니가 딱 찌질이다. 그래도 호감이 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왠지 주식책처럼 이미 다 지나간 과거를 가지고 성공을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거 같기도 하고(과거의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이 코드 진행만 따라 하면 바로 히트곡을 만들 수 있다고 광고하는 책들도 생각난다. 그런 책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진실을 담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진실들. 다만 그 진실과 현실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처럼 묘사하는 건 분명 현혹이다.
오늘 들었던 온라인 수업에서는 그런 현혹은 없었다. 충실한 분석만 있었다. 지금까지 쓴 얘기는 오로지 어둡고 다크하고 부정적이고 네거티브한 나의 배배 꼬인 뇌 속에서 나온 거다.(뇌는 원래 꼬였는데?) 나 참. 난 이렇게 부정적이다. 반면 좌석버스 안에서 옆자리의 거대한 덩치에 짓눌려서 숨쉬기도 힘든 상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분명히 긍정적인 인간이다. 긍정과 부정이 뒤섞여있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은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했는데, 오늘 배웠던 내용은 1도 적용하지 못했다. 스토리텔링의 나쁜 예로 사용될 수도 있겠다. 결말이 산으로 간다. 이래서 단계가 필요한 거구나. 듣자. 보자. 마음을 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