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탱구볼 May 09. 2024

대기업 퇴사 이유: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65개월 다닌 첫 회사를 퇴사하며

잘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퇴사했다. 누구나 하는 이직, 대학원 진학도 준비하지 않았다.

순수히 행복하기 위해 퇴사했다.


5년 넘게 다니던 전 직장은 업계 1위 굴지의 대기업이다. 연봉은 네임밸류 대비 낮지만, 안정성과 커리어 성장을 보장했다.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시스템도 익숙해서 업무 환경도 편했다. 그럼에도 나가야 했다.


내 일상의 기준은 회사였다. 잦은 야근과 바쁜 회사 일정으로 인해 주중 저녁 약속은 불가능했고, 건강이나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하는 일들도, 업무가 바쁠 때는 건너뛰었다. 아파도 수액 맞고 출근하기도 했다. 누군가 강요한 건 아니다. 그저 회사원이라면 회사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동료들도 그런 나를 당연하게 여겼다. 그렇게 인생의 우선순위는 회사가 되었고 내 사적인 삶도 회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같았다.


여느 날처럼 야근하고 자취방에 돌아와 바닥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누워서 내 감정을 살피는 데 이상했다. 아무 감정도 없었다. 돈 걱정 없고, 성향 맞는 업무 하고, 나름 인정받고 있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믿었는데 내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나를 돌이켜봤다. 일 끝내고 오면 에너지가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취미 생활도 못했고 소화 문제로 체중 8킬로그램이 빠졌다.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들어서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하고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심해 약을 먹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행복하고 싶어졌다. 어떨 때 행복한지 알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경험과 시간이 필요했고, 건강을 핑계 삼아 일을 줄여 여가를 얻었다. 운동, 요리, 여행, 사람 만나기, 독서 그리고 여행 등 이전엔 포기했던 경험을 하며 나를 관찰했다. 장장 10개월이 지나서야 내 행복을 아주 조금 정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퇴사를 했다.


나의 행복은 자율성이다. 내가 삶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행복했다. 자율적인 일이라면 바쁘든 안 바쁘든, 결과가 좋든 말든,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행복할 수 있다. 내 건강과 몸도 컨트롤하고 싶기 때문에 건강 관리 또한 큰 관심사다. 업무는 맘대로 되지 않기에 내 일상과 건강만큼은 자율적이어야 한다. 내 삶이 회사에 밀리는 건 더 이상 용납하고 싶지 않다.


백수로 산 지 7개월 차. 자율적으로 쉬고 작업하고 배우는 삶을 살고 있다. 곧 취직 준비를 시작할 예정인데, 행복을 알기에 다음 회사는 잘 맞는 곳을 선택할 것이다. 행복 기준은 또 바뀌겠지만 이번 기회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니, 그때마다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