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스타그램만 3개, 블로그 1개, 브런치 1개, 트위터 구독계 N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잘 되는 게 하나라도 있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없다. 그냥 다 그저 그렇다. 뭐 도달이나 조회수는 늘어나는 추세이나 진짜 "인플루언스"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팔로우나 이웃 수는 안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계정들을 유지하고 지속하려고 한다.
인스타그램 1: 데일리 아웃핏 + 데일리 성취
인스타그램 2: 일상에서 포착한 예쁜 풍경들
인스타그램 3: 특별한 날들의 릴스
네이버 블로그: 백수 탈출 일지 + kpop 분석 + 일상
브런치: 나의 솔직한 감정
예전에는 나를 온라인상에 표현하는 게 무서웠다. 온라인에 내 일상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내 정보를 온 세상에 공개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모르는 남이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싫었고 사이버 범죄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도 무서웠다. 내 소식을 알려도 나만의 사람들 사이에서, 안전한 공간에서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역시나 힘이 없었다. 내 소식을 알리고 공유하는 것도 다 에너지더라. 번아웃으로 기력이 쇠했던 나는 남에게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더 내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이프 존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금 이 시기를 이렇게 흘려보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시작하는 나의 30대, 그리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백수의 시간. 이걸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기억력 안 좋은 나는 미래에 이 시기에 뭘 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이 시기를 어떻게든 적어내고 싶었다. 그렇게 나만의 공간을 벗어나 세상에 나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포기와 휴식이 적절한 치유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사람들의 시선, 책임감 등등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의무감들을, 나를 위해선 한 번 포기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포기 후 얻은 휴식이 불안과 패배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평안도 같이 온다. 어렵게 얻은 이 휴식 기간에 불안감과 평안함의 밸런스를 맞추는 연습을 하면 된다. 그러면 남은 인생에 더 큰 자산이 될 것임을 나는 감히 확신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함께 이겨내고 싶다.
초반에는 인플루언서의 꿈이 있긴 했으나, 지금은 진실한 내 이야기를 보이는 곳에 저장해 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물론 더 잘되면 좋겠지만 말이다 ㅎㅎ) 나중에 일을 다시 시작하고서도 나의 소셜미디어 루틴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휴식 후, 다시 직장인의 삶으로 돌아가서 잘 살고 있는 나의 모습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