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7 -레트와 애슐리
독후감과 영화평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7 - 레트와 애슐리
이 책의 줄거리와 독후감을 쓰는 일이, 이 책의 내용을 누설하는 일이 되겠지만, 워낙 오래되고 유명한 데다, 이미 영화화된 바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독후감이나 영화평으로 이미 줄거리를 밝히고 있어 그 내용이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고, 또 내용을 알고 다시 책을 읽어보며 자신만의 해석과 상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오히려 이 독후감을 읽고, 영화에 의한 선입견을 없앤 상태에서,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이제 이 책의 주인공들에 대해 내가 이해한 바를 피력해 보려 한다.
영화에서 멋지고 매력적인 남배우 클라크 게이블에 의해 연출된 레트 버틀러는, 책 속에서는 냉소적이고 불평불만이 많은, 탐욕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의 전쟁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나 현실적인 감각은, 솔직하고 대담하기는 하나, 지나치게 빈정거리는 태도 탓에, 주변사람들을 설득할 만한 쓸모 있는 것이 못 되었다.
내가 책을 통해 이해한 레트 버틀러라는 사람은, 영화에서처럼 돈 많고 수완 좋은 미남에다, 스칼렛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진실한 남자가 아니라, 정당하지 않은 사업, 즉, 전쟁을 이용한 밀무역과 생필품 투기 그리고 도박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검은돈을 막대하게 벌어들였으나, 결혼 후에도 도박과 유흥과 창녀들과의 유희 등 부패하고 방탕한 생활로 아내를 기만하고, 아내가 그를 원할 때마다 그녀를 비웃고 조롱하며 버리는 방법으로 가정을 파탄지경으로 이끈, 전형적인 속물이자 탐욕주의자였다.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첫인상에서부터 이 레트 버틀러라는 인물을 몹시 싫어하게 된다. 그녀를 바라보는 레트의 시선에서 그녀의 알몸을 꿰뚫어 보는 듯한 음탕함과 비정함을 느낀 것이다.
나이 어린 그녀는 그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그녀를 기분 나쁘게 하는 어떤 것임을 막연히 피부로 느낀다.
그에 반해 스칼렛이 못 견디게 좋아하는 애슐리는, 책 속에서, 찰랑거리며 빛나는 금발머리를 소유한 아름답고 순수한 청년으로 표현된다.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상상했던 애슐리의 모습은, 만화영화 '베르사유의 장미'에 나오는 '오스칼'과 유사한 외모를 지닌, 따뜻한 가슴에 정의를 품은 이상주의자였다.
반면 영화에서 표현된 애슐리는, 용기 없고 우유부단하고 현실기피적 샌님에다, 나이 지긋해 뵈는 멀대 같은 대머리 아저씨로 나온다.
이런 식으로 독자의 상상을 깨부수고,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은 정말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 속의 애슐리는 아름다운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말 타기를 즐겨하고, 꿈꾸는 듯한 회색 눈동자에, 책과 음악과 시와 여행을 좋아하는, 그야말로 모든 여성들이 이상형으로 꿈꿀만한 박학다식한 청년이다.
그는 나이고하를 불문하고 모든 주위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으며, 그의 말은 지대한 설득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희고 아름다운 얼굴만큼이나, 아름답고 고결한 영혼과 이상의 소유자였고, 모든 주변인물들이 그것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슐리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상적인 사실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현실적인 판단력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전쟁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에 잘 나타나 있다.
다른 남자들이 원유회에서, 다가올 전쟁에 대해 들떠 흥분하며 찬양하고 있을 때에, 애슐리만이 유일하게, 현실적으로 전쟁을 비판하는 레트의 손을 들어주며, 전쟁이 인명과 손실만을 가져오는 어리석은 것임을 주장하는 점에서도 그랬고, 전쟁 중에 그가 멜라니에게 보냈던, 고뇌에 찬 편지들을 통해 밝힌 남북전쟁에 대한 견해에서도, 그의 현실적 통찰력이 잘 나타나 있었다.
그는 편지에서, 전쟁이 어리석은 애국심과 대의라는 명분으로 일반 사람들을 기만하는 일부 정치가들을 위한 것이며, 가장 잔혹하고도 끔찍한,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설파하였다.
또한 애슐리는 자신의 아내를 선택할 때, 풍만한 매력을 지녔으나 무식한 스칼렛보다는, 깡마르고 연약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성향에 박학다식하고 말이 잘 통하는 멜라니를 택하는 부분에서도, 현실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그가 영화에서 표현되었던 것처럼 우유부단하고 멍청하지 않음은, 매력적인 스칼렛의 진심과 욕망에 가득 찬 고백과 유혹에 매번 넘어가지 않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는 아내와의 믿음과 신뢰를 지켰고, 마음 깊은 곳에서 매력을 느끼고 사랑하고 있던 스칼렛을 매몰차게 거절한다. 웬만큼 심지가 굳은 남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