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갈대
갈대를 꺾고 있었다.
커다란 다발로 만들어
가슴에 담뿍 안을 갈대를
넘실거리며 출렁거리는
금빛 갈대밭 물결을 헤치며
가지가 굵고 기다란 줄기만을 골라
한아름 꺾어 안았지만
왠지 마음은 허전하기만 하였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던 것을
찾지 못했다는 생각에
연약한 줄기 끝에 달린 낱알들은
바람에 휘어질 때마다
서로에 의지하여
서로를 부지하고 있었고,
반짝이는 금빛 조각들은
무수한 섬광의 파편을 내던지며
부서져가고 있었다.
잇단 굴곡을 이루어
영원한 염원을 향해 달리는 물결
스스로 높이 솟아올라
커다란 성벽을 만들고
하얀 거품을 토하며
무너지는 파도
부딪치면 깨어지고
또다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끊임없는 욕망
잡힐 듯 물러서는 무지개는
약한 의지를 희롱하듯
형상 지어 나타났다 사라지며
꿈속으로 흘러가 버리고
돌아온 이성만이
짜릿한 회한 속에 가슴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