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레존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승병 Apr 29. 2024

꽃말은 자기 자랑

2022년 유명 인플루언서 가품 착용 논란

소장품을 명품이라 속인 것이 도덕적으로 그릇된 일임은 분명하다.

    

본인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였다.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지지를 보냈던 대중들을 명백히 기만한 행위다. 또한 개인 브랜드 론칭 계획이 있음에도, 엄연한 지식재산권 침해의 일종인 모조품을 구매 및 착용했다는 행위 자체가 미래 사업자로서의 기본 인식 수준이 미비했다는 방증이다. 중국 전용 채널에서 보이는 맹목적인 친중 성향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다만 그녀를 향한 세간의 반응이 과연 정상적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지우기 힘들다. 마치 뇌관이 터지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언론들과 대중들은 수면 위로 이야기가 나온 지 수 주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관련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왈가왈부한다.

하물며 이제는 모조품 논란을 넘어 가족 관계, 성형 의혹 등 본류와 연관성이 크게 떨어지는 이슈마저 찾아내어 조리돌림하기에 이른다. 모 변호사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에 ‘속지 말자 화장발’이라는 천박한 말과 함께 어느 한 방송 프로그램에 노출된 그녀의 민낯을 캡처해 올린 글은 그저 실소만 자아낸다. 전부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뉴스, 영양가 없는 가십의 일종이다.     


사실 이전까지 연예인들에 대한 스캔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음주운전, 마약, 성범죄, 병역 회피, 원정도박, 탈세. 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얼굴도 있지만, 여전히 왕성한 방송 활동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심지어는 그들이 과거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조차 잊힌 경우도 많다.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공인에게는 도덕적 잣대가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된다. 사회 기풍에 충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다. 다만, 그녀의 행동이 이 정도까지 질타를 받을 만한 일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직접 자필로 사과문도 게시한 데다 일체 활동은 전면 중단한 상태다. 지금까지의 연예인들이 특정한 잘못을 했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어째서 다들 이번 사건에 유독 과민하게 반응하는지 궁금하다. 아마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에서 특히 그녀와 같이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 있는, 일명 ‘준연예인’의 한계에 주목하고 싶다. 특정 유명 아이돌 그룹처럼 무슨 일을 벌여도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옹호하는 강력한 팬덤의 부재로 이미 예견된 말로였을까? 혹은 유명인으로 신분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겪어야 하는 [혹독한 검증 과정]이라는 미명 아래, 대중들의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필사적 저지를 이겨내지 못한 것일까.     


프리지어의 꽃말은 ‘자기 자랑’이다. 자신을 뽐내고 싶어 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자기 자랑이 더는 일부 지인들만이 아닌 불특정 거대 다수의 관심사가 되어버렸을 때, 그리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도 없이 부풀려졌을 때, 비대해진 물거품은 단번에 터져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 이 글은 2022년에 처음 쓰인 것임을 알립니다.

* 사진 출처 : 농업정보신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