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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Mar 29. 2024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 2

상처가 훈장으로 바뀌는 순간

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
[이 시대의 사랑]중에서


'사랑하는 우리 작은 딸, 밥 먹었어?'


격양된 목소리 욕이 아닌 사랑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한 엄마는 낯설었다. 나는 더 이상 울며 소리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화가 났다. 사과받고 싶었다. 나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한 엄마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다. 그러나 3년간 나와 통화하며 화내고 울던 기억이 엄마에겐 없다. 나는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생생한데... 엄마는 자신이 그럴 리 없다며 내 말을 믿지 않는다.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오랜 고민 끝에  허울뿐인 사과를 받을 바엔 덮기로 했다. 울고 피하기보단 상처받은 마음을 글로 쓰기로 다짐했다. 사과를 포기하고 덮기까지, 실제 글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한 줄씩 썼다. 불우한 가정사를 시작으로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정서적 학대까지. 이 글을 쓰는 동안 수없이 분노하며 울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문장이 늘어날수록 왜 그랬냐고,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거냐고, 엄마에게 전화해 소리치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았다.


나는 엄마와 다르다.

나는 엄마와 다르다.


엄마에게 전화 거는 대신 메모장에 써둔 문장을 읽고 수정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 처음엔 이야길 꺼내는 것부터 힘들어 눈물로 시작했는데 이 글을 마무리하는 난 더 이상 울지 않는다.


글 쓰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아무리 힘든 기억일지라도 글로 적으면 성장의 씨앗이 된다는 것. 나를 괴롭던 뾰족한 상처가 더 이상 나를 찌르지 않고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작년 여름 글쓰기 매력을 알게 된 이후 지금까지 쓰고 있다. 처음엔 누가 볼까 새벽 몰래 혼자 쓰던 글이었는데, 이젠 많은 사람이 보는 에 당당히 공개한다. 발행한 글이 10편이 되고, 50편이 되고, 100편이 넘을 때쯤 전화 걸어 말하고 싶다.


'엄마,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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