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일행들과 함께 호텔 도착 후 피곤해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짐정리를 시작했다. 정리 후 씻고 나오니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 53분.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 자 피곤했지만 커튼 뒤로 비치는 야경에 눈을 뗄 수 없다. 3박 5일 다낭 패키지여행 중 호텔방에서 바라본 야경이 가장 아름다웠다.
코로나 전 혼자서 또는 남편과 일 년에 한두 번씩 해외에 나갔지만 엄마와 함께 온 건 처음이다. 허리 아픈 엄마가 비행기에 오래 앉아있을 수 있을지 밤비행기는 잘 견딜지 베트남 더위와 습도는 괜찮을지 음식은 입에 맞을지 등 여행 한 달 전부터 걱정에 머리를 싸맸다. 여행 당일 걱정과 달리 부산역 픽업부터 (엄마집은 대구다) 베트남 도착까지 순조로웠다. 이대로라면 3박 5일간 엄마와 싸우지 않고 즐겁게 지내다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투어 첫날, 두세 시간 눈 붙인 게 전부지만 배고픈 엄마와 함께 조식 먹으러 향했다. 커피 한 잔과 오믈렛, 크로와상으로 가볍게 먹고 투어 복장에 맞춰 준비한 뒤 로비에 내려왔다. (언니는 조카 케어로 바빴다)
출발 전 로비에서부터 시작된 포토타임. 남는 게 사진이라며 엄마의 사진 요청이 시작되었다. 행복한 시간 기록하기. 좋지.... 근데 엄마와 딸 1컷, 가족별 1컷, 단체 가족 1컷, 단독 1컷은 너무하지 않아? 사진 찍느라 뒤쳐진 일정에 다른 팀 눈치 보며 그만 하는 게 좋겠다 말했지만, 언제나 그랬든 내 말은 묵살되었다. 계속되는 무시와 짜증에 폭발하기 직전. 남편의 중재로 엄마와 난 잠시 떨어졌고 이후 언니 한마디에 엄마는 알겠다며 행동을 조심했다. 나의 열 마디보다 언니 한마디를 듣는 엄마를 보며 서운하고 화가 났다. 그렇게 투어 첫 날밤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