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캘리그라피 전시, 주제는 꿈과 희망. 최근 꿈을 주제로 여러 글을 썼기에 쉬웠다. 준비한 글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며 하나씩 완성할 때쯤 든 생각 '아, 이게 아닌데...' 분명 내가 쓴 글이고 내가 그린 그림인데 내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 잘 못 된 걸까, 고민 끝에 기존 작업들 모두 엎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했다.
나의 꿈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희망은 어떤 정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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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을까?
왜 내가 쓴 글이어야 할까?
질문에 질문을 던지자 답이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쓰는 게 두려웠다. 이전엔 하고 싶은 말이 넘쳐 줄이기 바빴는데.. 최근엔 몇 날 며칠을 고민해 한 마디 써도 쓰는 동시에 지우기 바빴다.
쓰면 쓸수록 불안감에 휩싸였다. 나보다 더 아프고 힘든 사람이 많은데 '고작 이런 일로 상처받는 게 맞나? 10년도 넘은 지난 일을 아직까지 아파해도 되나?'라는 생각에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 그렇게 매주 발행하던 글은 2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점점 뜸해지면서 결국 쓰기를 멈췄다.
쓰지 않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마음이 더 불편했다. 써도 불편하고 안 써도 불편하던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때, 전시 준비하며 깨달았다. 아, 쓰기에 집중했던 시간은 나를 보살피는 시간이었구나.
작년 여름 첫 에세이를 시작으로 1년 4개월이 지났다. 글쓰기 전 나는 과거에 사로잡혀 상처받고 울며 남편의 도움 없이 혼자 설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글쓰기 시작한 이후로 스스로 걸었다. 한 걸음씩 천천히 10편 20편 30편을 발행하고 걷기에서 뛰기로 바뀔 때, 난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를 살고 있었다.
평온한 마음으로 계절을 즐기고 나에게 집중하며 내일을 꿈꾸는 삶. 이 마음을 작품에 넣고 싶었다. 지난 작업은 모두 버리고 새로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 새로 태어난 나처럼. 꿈속을 헤엄치는 물결, 반짝이는 꿈의 조각, 염원을 담은 글. 이번 작품을 계기로 더욱더 성장하는 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에세이를 쓴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처음엔 남이 제 글을 읽는 것에 거부감과 부담감을 가졌지만, 쓰면 쓸수록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지고 오늘보단 내일이 기대되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던 글쓰기, 앞으론 저의 글이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