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사연구년 역량강화 연수&봄꽃
이런 4월 처음이다. 내가 태어난 4월이 이 정도로 아름다운 계절인지 미처 몰랐다. 좋은 계절임을 모르기야 했겠는가. 그저 내 마음에 닿는 감동의 수치가 하늘과 땅의 차이인 거지. 지나온 삶에서 4월에 대한 나의 느낌이 '아... 좋네...' 였다면, 올해는 '와아아~~!! 굉장히, 엄청나게, 어마어마하게, 멋지고, 예쁘고, 아름답고, 감동적이야!!!!' 정도랄까.
다이어리 일정 칸에 이렇게 빽빽하게 스케줄이 들어찬 것도 처음이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도 머리가 아프고 지끈거리는 대신 마음이 충만하고 흐뭇하다는 거다. 그런 풍성한 4월 한 복판에 서 있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 충분히 읽고 해야 할 공부 열심히 하다가 맞이한 4월.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은 순간이다. 만개인 시기는 하루 이틀이고 그때를 놓치면 절정의 꽃잔치가 끝나버린다. 직장인은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고, 그렇게 주말까지 기다리다가는 모든 것을 놓치고 만다. 내가 여태 그랬듯이. 주말에 꽃 한 번 만나보자 싶어 부산을 떨며 외출했다가, 꽃은 지고 인파에 치이고 슬픈 마음만 가득 안고 집에 돌아온 봄날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 올 4월은 찬란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평일에 살짝살짝 진달래, 벚꽃, 개나리를 만나고 왔다. 먼 곳에 가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꽃이 지천이었다.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는 마음으로 혼자 걷는 꽃길은 너무 좋았다. 울컥할 정도였다. 그 울컥함 안에는 지나 온 많은 봄날 나는 어디 앉아 무엇을 보고 있었던가 싶은 억울함도 녹아있었다. 오전은 꽃길 산책인으로, 오후는 연구교사로 부지런히 4월 초반을 보냈다.
4월은 또 공부의 계절이다. 감사하게도 경기도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는 아주 다양한 메뉴의 연수를 준비해 주셨다. 원격연수와 집합연수로 이루어진 30시간짜리 연수에 참여하며 나를 갈고 닦는다. 원격 연수가 4일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줌 화면을 켜고 앉아 공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특히 양적연구 질적연구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가진 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머리가 좀 아프기도 했다. 석박사 논문을 써내야 하는 건가 싶어 내 연구에 대한 걱정도 작은 산이 되어 쌓여갔다.
공부란 낯선 것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니 어려울 수밖에 없는 법. 그래도 어려움의 반대편에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버티고 있어 다행이다. 코로나 시대가 교육현장에 남긴 가장 큰 변화 온라인 줌연수, 줌 안에 이 백여명 연구교사가 옹기종기 들어앉아 하루하루 성장 중이다. 내일모레에는 1박 2일로 모여서 또 진하게 공부를 할 예정이다. 190명이나 되는 연구교사들을 위해 늘 고생하는 연구사님들과 관계된 많은 분들께 고마운 마음 안고 나의 최선을 다해 본다. 4월이 아름다우니 4월에 하는 공부도 좀 힘이 덜 드는 느낌이다.
우리 집 정원에도 진분홍 영산홍이 가득 피었다. 며칠 전 4월의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때 이른 여름 기온에 영산홍도 라일락도 일찍 꽃을 피우고 있다. 식물들이 때를 잊은 기온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봄이 왔으니 꽃을 피워볼까 싶어 봉오리를 맺었다가 뜨거운 햇빛을 만나 내가 너무 늦은 건가 싶어 꽃들이 서둘러 얼굴을 내밀고, 내가 너무 늦게 싹을 띄운 건가 하며 수선화와 작약이 무럭무럭 키를 키우고 있다. 날씨 탓이란다 인간들 때문이란다 조곤조곤 말을 해준다.
정원의 꽃들이 아름다워 다음 주엔 학교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혼자만 평일 꽃구경을 해서 미안하다는 문장을 담아 바비큐 파티 초대장을 보냈다. 평일에 창밖을 내다볼 여유 없이 사각형의 교실에 교무실에 갇힌 나의 벗들에게 꽃향기 담은 맛있는 저녁밥을 차려줘야지. 4월에게서 선물받은 내 에너지를 나누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