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된 것은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선택의 순간은 찾아온다. 난 이를 굉장히 중요히 여긴다. 그렇기에 항상 침착하고 조심스럽다. 이 책의 제목은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분석하기에 용이할 테지만 리스크를 짊어져야 할 터, 내가 이처럼 될 선택의 기회가 있다면 나는 어찌할까?’라고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 그는 작가이자 변호사였다. 이 책의 매력은 스릴러 작품의 중점인 사건에 대한 긴박한 전개를 작중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드러낼 뿐만 아니라, 작중 묘사를 통한 심리 표출로서 독자 스스로 인물의 감정에 동조하도록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디지털 디스플레이 시대에 잘 어우러져 그를 ‘국제 스릴러 작가협회상’과 ‘반스&노블 최고의 작가 상’을 수상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미식축구 선수였던 에이머스 데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경기 중 극심한 충돌사고를 겪으며 뇌의 신경 회로가 뒤집히고 이날의 기억을 잃어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의 현상 중 하나인 과잉기억 증후군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은 질병이 낳은 비극을 생각하며 앓게 되었다 표현할 테지만 난 그렇지 않다. 충돌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지 않았으며, 훗날 경찰이라는 안정적인 직업과 치료 중 물리치료사 아내 캐시를 만나는 계기로 이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능력은 훗날 실마리를 찾는 데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과잉기억 증후군을 표현한 사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퇴근하고 마주한 그의 집안은 처참한 살해 현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의 처남 ‘조니 색스’를 기점으로 아내 캐시, 어린 딸의 사채. 절망스럽다. 소름 끼친다. 죄책감이 휩싸인다. 말론 절대 표현 못 한다. 이내 권총을 빼들었지만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이후 에이머스 데커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탓에 심리 치료를 받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 공원의 빨간 벤치. 데커는 차량, 비행기, 시민 등 눈에 잡히는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 아무 의미도, 목적성도 없다. 그저 허무맹랑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살던 집은 압류되었고 경찰직을 그만둔 그는 계속 그들의 무덤을 찾아갔으나 더는 그들을 대면할 면목이 없어 끝내 발길을 끊었다. 이내 그는 폐인이 되며, 공원 주차장의 박스에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사건 발생 16개월이 지나, '스스로 경찰서에 들어와 데커 사건의 살해자'라며 자수한 세바스찬 레오폴드는 사건을 상세히 진술했지만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우선 세븐일레븐에서 데커에게 무시를 당하여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지만 데커는 세븐일레븐에 걸어서 간 적이 없었으며 아내의 사체를 훼손한 범인의 비공개 행위를 모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맨스필드 고교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의 살인자와 레오폴드가 연관되어 있고 이들의 두 살인 사건이 자신의 실수로 비롯된 비극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번민하며 후회에 가득 찬 데커를 격려하며 사건을 해결하려는 파트너 랭커스터, 경찰서장 밀러, 신문기자 재미슨, 연방수사팀장 보거트의 협력과 데커의 능력을 대폭 발휘하여 사건의 실마리를 파헤치다, 20년 전 변화된 두뇌활동의 자문을 위해 잠시 입원한 시카고의 인지 연구소에서 함께 지냈던 ‘벨린다 와이트’의 트라우마인 강간 사건을 고려하지 않고 내뱉은 발언이 잔혹한 살인극을 벌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 작품 속 에이머스 데커는 비극을 겪은 이후 처음은 크게 좌절했고 폐인이 되어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위치에 추락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데커가 겪은 비극을 생각해 본다면 그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데커에게 동기부여가 되어준 단 한 가지의 생각. ‘캐시와 몰리가 지금 이 꼴을 보면 얼마나 창피해할까’ 데커는 이후 용무를 말끔히 다듬고 자금을 모아 탐정이 되어 흥신소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가 탐정이 되었기에 추후 전개 속 범인과 대치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아갈 때 큰 기여를 하게 되었으며 정신이 돌아오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이를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 인생엔 동기부여와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몸소 실천하여 나아갈 줄 알아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나아갈 때에 겪은 모든 경험과 이뤄낸 일련의 과정은 반드시 어떻게든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데커의 증상을 보니 문득 우울증에 관심이 생겨 알아보게 되었는데, 이러한 대부분의 심인성 증상들은 내담자가 경험했던 과거 좋지 못했던 기억, 느낌, 상황과 욕구불만, 강박적인 사고 등이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거나 의식적으로 부정적인 사고에 집중하게 되어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된다고 하며, 이것이 신체적 증상으로 표면화되어 드러나는 것이라 하는데 이에는 EFT 상담 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는 지식을 학습함과 동시에 증상에 대한 배경 지식의 이해도를 확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이 오늘날 비극을 맞이한 사람들의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다 생각한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스트레스와 문제에 대한 고민. 그러나 이내 자살이라는 끔찍한 비극. 어쩌면 데커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이것은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일 뿐.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따로 있다 생각한다. 우선 범인이 데커에게 남긴 글의 일부분.‘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됐어. 서로가 필요해.’라는 부분과 추후에 데커와 자신을 괴물이라 칭하는 부분이 드러난다.
<뒤엉킨 '정신'의 실뭉치를 풀어 정돈하는 상담 치료자를 표현한 사진> (EFT)
이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일반인과 다른 입장을 가진 데커와 자신을 괴물이라 칭한 것이라 본다. 흔히 괴물이라 한다면 경멸하고 두려워하는 위협적인 다른 존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편적이다. 절대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즉 다른 부분에 있어 멋대로 잘못됐고 틀렸다 판단하여 차별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이 내재된 사회를 풍자하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과거의 난 나 스스로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주변을 돌아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과 비극이 찾아오더라도 목표에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