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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Dec 31. 2024

97. 삶이 되돌려 줄 이들

- 다시 우리가 만날 수는 없지만.


시간은 정말이지 빨랐다.

내일이면 새해, 벌써부터 익숙한 2025!


놀랍게도 곧 있으면 구랍일 12월 말 정신없었던 하루

왠일로 차 사고가 났다.

힘든 일이 워낙에 많았던지라

순간 ‘칭찬 기제’가 발효했다.

‘사람 안 다친 게 어디야! 감사하다!’

이런 학습된 말이 배운 대로 나왔다.


실상은 차에서 울고 차에서 웃었다.

직장인인지라 차로 같이 이동할 때

상사를 모시거나 동료를 태우기도 했다.

그 얼마후

과장은 물색 없는 나를 자리보전하게끔

왕따 사건을 주도했고

다들 과장의 속내를 알지만 내가 자신들을

짜증나게 했든, 신경을 건드렸든, 비위에 안 맞았든

각자 사유로 그것을 눈 감고 동조했다.


내게 차는 늘 아지트이고 대기소였다.

이동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차에 ‘물성’ 말고 ’인성’도 부여하던 내 생활을,


사랑도 매번 과도하지 않았는지

부서진 차를 물끄러미 보는데

눈물이 나려고 하지 않았는지,


‘얼마나 아파?‘ 차한테 말을 하고있지 않았는지


직장 생활도 하나하나 인연이라 소중하게 생각하다

생각에 잠긴 상태에서

그들이 몰려 간 후 나만 남지는 않았는지


내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현실은 하나의 문제만 갖고 있다.:

‘차는 언제 또 고치나?’





연말 같지 않아도 하여튼 Dec31



비워도 생각은 차고 넘쳤고

버린다고 버렸어도 아직 버릴 게 많다.

한 해를 되돌아 보면

버리지 못한 욕심과 미련이 가득한 것 같다.

노력은 진행 중.

‘몸이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하는 중이다.


어느 날이었다.

노트북을 보며 파일을 찾는 게 있었다.

파일명을 찾기 쉽게 한다곤 했지만

매번 규칙이 머릿속에서 바뀌고

해가 지나면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서 더 헤맨다.


그래도 ‘요 놈이다!‘ 하는 순간이 올 때까지

찾고 또 찾다 보면 해결이 되는데

그러다가 본 것이다.

아니 읽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대리님, 지금 힘드시죠? 고생 많으세요.”

“과장이 그러면 안 되는데 어쩌면 좋아요.

아무리 말해도 안 들어요.”

“제가 도움 될 일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런 호의를 업무용 메신저에 남겼던 그 사람들조차

내 모든 것이 구색을 갖출 수 없게 되자

총총히 발길을 돌렸지만,

나는 저 메시지를 받고도

내가 너무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지만

고마운 줄 몰랐다.


그들은 나처럼 힘이 없었다.

우린 내년도 인사에 결정권을 갖지 못한

약한 자들이었다. 반면에 과장은 당시 인사권자였다.

그러니 누가 거스를 것인가.

싫어도 좋은 척, 좋아도 완전 좋은 척이 국룰인

이 무대에서

과장이 퇴직할 때까지 그를 정지시킬 힘은

누구나 언감생심이었고

누구보다 그 사실을 과장은 십 분 이용했다.

세상은 다 그렇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



‘잘 하고/ 못 하고‘ 구분은 의미가 없다.

다만 눈치 게임만이 존재한다.


운동 선수 출신 누군가가 쓴 글을 읽었다.

때는 내년도 업무를 신청해야 하는 기간이 되니까

마음이 산란함을 정리하고 있던 차였다.


프로 선수들의 이적료 이야기였다.


구단(주)은 선수가 너무 잘 하길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력이 높아지면, 이적료라도 받을 수 있는 인기 종목이 아닌 경우,

반갑지가 않은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최근에 내가 내린 결정이 잘 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한때 ‘대체 불가‘라고 자임하기도 했지만

말짱 헛소리에 불과했다.

여기 아무도, 그 누구도

나와 같은 플레이어를 데려 가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들보다 오래 일했고

무엇보다 많이 알고

누구보다 열심인 아랫사람은,

성장을 계속 하는 선수를 구단이 반기지 않듯


조직은, 윗선은,

과장에게 ‘돈 두 댓(Don't do that)!'을 뱉은

나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저냥 대충 잘 버무린 일머리가

나와 같이 이끝과 저끝을 관통해 버리는 선수를

기용하느니보다 낫다.

훨씬 성가신 일이 없다.


한마디로, 부담이 된다, 나는.


말 많은 조직에서 까딱 잘 못 해서 왕따되는 과정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누가 걸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만연해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해 볼 대목인 것 같다.


‘호랑이 앞엣 여우’처럼

모든 자세를 낮추어 본다.

‘잘하면 호가호위할 수도 있다’는 생각 한 톨까지 다 내려놓는다.


그리고 새해, ‘내 편이 생긴다’

한 가지 바램

마음에 담는다.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그 북풍 불던 날들 동안

내게 왔던 우호적인 멘트의 발신인들은

눈사람처럼 한번 다시 내게 오면 좋겠다.


삶이 되돌려 주길,

그때 고마워 하지 못한 나에게

시간을 주길 나는 바라고 있다.

그러면

“고맙다. 감사했다.” 말하게 말이다.


오늘 밤엔

자신의 상황을 잘 갈무리하고

언젠가 생길 ‘내 편’을 기다리며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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