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립스틱 짙게 바르고 Sep 11. 2024

75. 소송에 대비하는 자세

-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후회하지 마세요.


위키 백과에 의하면,

후회(後悔)’는 이전에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느끼는 감정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인생의 황혼에 근접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라도 ‘삭신’이 녹아내리게 하는

가공할 힘이 있다.

삭신이라는 단어를 확인하려고 네이버 지식백과에

치면 ‘몸의 힘살과 뼈마디’라는 답이 나온다. 어마어마한 것이 녹아 버린다는... ‘후회함’으로써.!.

그처럼,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는 감정은 

사람의 마음을 단단히 뭉치게 한다.

때로 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경련은 겪어 본 사람들이 아는 바로 그 ‘두 번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을 준다. 마음 근육의 경련도 그렇다.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명절날 전 부치듯이 뒤집고 또 뒤집어지다 보면

그냥 아프고 자꾸 아프다.

경련’이라고 내가 지칭한 고통은 목숨을 잃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왜냐 하면, ‘어쩌면 내가 더 이상 살아갈 필요가 없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는

‘삶의 의지의 꺾임’이 오기 때문이다.


오늘 서론이 길었다.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나는 공무상요양 승인을 신청한 적이 있다.

그리고 거절되었다.

나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체에 증상이 온 분들이 얼마나 계시는지 추산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채로,

나는 그동안 나 개인에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브런치에다 마음가짐을 풀어 왔다.     


후회했다.

일단, 공무상요양 승인이 불허가로 통보되었을 때였다.신청한 것 자체를 후회하는 감정이

첫 번째로 지나갔다.

‘쓸데 없는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

다들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거다.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부인'과 '거절'

'명백하게 나의 방향성이 틀렸나?' 하는 혼란이 왔다.     

(지금 상대방 누군가와 법으로 다투고 계신 분들이

현실에는 많을 것이다.

나는 이 분들의 마음이 나와 겹치는 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게 되는데

그 과정도 만만하지 않다.

사람은 편한 데로 적응하는 것이고

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움찔하고 뒷걸음을 치는 법.


그 상대방이라는 것이

권위를 행사하는 데 익숙한 정부 기관이거나

나보다 유력해 보이는 권력 집단이라서

나와 같은 억울한 일을 당한 약자들이 찾아와

시위를 하고 호소를 해 봐도 꿈쩍도 않을 경우에

더욱 그렇다.


다음 단계로, 움츠러든 마음이 이윽고 가라앉아

제 자리로 돌아오면

'내가 무엇을 잘 못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른다.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새삼스러운 확인!


남을 괴롭힌 사람은 잡아 뗄 것이고,

아니 잡아 뗄 생각으로 일을 진행했고,

괴롭힘을 당한 사람은 혼자서

스스로 괴롭힘의 존재와

괴롭힘 강도, 빈도, 영향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건강이 받쳐 주지 않으면

그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길이 되곤 한다.


이 쯤 되면, 철학자 니체가 ‘짜라투스트라’에서

“삶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     


     



‘증거 수집 못 하면 무조건 진다.’라는 것이

직접 민사나 형사, 하물며 이혼 사건이라도

한번쯤 소송으로 해결했거나

혹여 진행해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것을 알고 있는 사회 상식이다. 그러나...

음성이나 영상으로 녹음/녹화를 했어야 하는데

라는 것 또한 일반적으로는 신의 영역이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가 있었을 텐데

사람들 중 일부만이 그 방면에 유능하고 신속하다.


“내가 성대리를 그냥 둘 것 같아?”라고 말하는 과장의 목소리를 녹취했다면 유리할까?

“(쌍욕)×× 게 ××하지 말고 능력 없으면 나오라고”

라고 말하는 송과장의 난동을 찍어 놓았어야 할까?

후회할 만한 일은 수두룩하다. 그리고 후회는 하면 할수록 마음을 갈래갈래 찢어 놓는다.     


하다 보면 제3자의 사실/자료의 검증을-

무슨무슨 '감정'이나 '평가'라는 이름으로-

받아야 할 수 있다.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전문적 자격을 의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증상은 병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음."

(무슨 말이지? 코로나에 걸려도 아프고

일반 감기도 아프다? 뭔지 모른다?)

"기존 기저 질환이 완치되지 않았다가 재발했을

가능성이 높음."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어떤 발병도

본인의 책임이다? 기저 질환 없는 사람도 있어?)

"(괴롭힘이) 발병에 기여한 정도를

의무기록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움."

(의무기록만 볼 수 있는 자격으로 판단하기 어려운데 왜 감정을 한다고 했지?)

"자가면역 질환이 발병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음."

(직장 생활 도중에 건강했던 사람이 발병했다는

케이스는 모름?)

"개인에 따라 기여도 다름."

(개인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는 있었누?

결과 보내기 전에 한번쯤 요구할 수도?)

"과로 및 스트레스가 일조 혹은 악화 요인임.

그러나 과로 및 스트레스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움."

(그런 말을 하려고 그 자격을 갖고 있음?)

"과로 및 스트레스가 더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근거가 존재하지 않음."
 (그렇겠지. 이게 전문가다.)     


그러나 나는 그의 전문적 자격을 의심하지

않기로 한다.

그도 그의 일을 하고 나도 나의 일을 한다.


대신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사람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보통의 날들인 경우에

사람들은 대개 돈에 집중하고 사람을 가볍게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생일대의 순간에는

반드시 ‘사람을 잘 만나고’ 싶어한다.

나도 그렇다. 문제는 내가 '사람을 잘 만났'

는지 지금은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공무상 요양 승인을 신청하려고 고려하는 분들

도처에 계실 것을 경험자인 나는 짐작할 수 있다.

나 역시 내가 이런 일에 휘말릴 줄 생각도 못한 일이

현실에 있었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이미 내 몸에, 내 마음에 새겨졌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도 않고

인생이 그런 것처럼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다.

그것을 알면서도 길 위에 나서려고 할 때

자기 자신과 약속을 해야 할 것이 있다.


'1. 절대 후회하지 말 것.'


'2. 전문가의 판단을 믿어 볼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려는 일이

지금 내가 하는 일과 다르더라도

3. 끝까지 갈 것.'


지금, 어떤 누군가와 말로 해서 풀 수 없는 문제로

다투고 계신 분들,

자신의 억울함을 알아 줄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용기를 내신 분들,

후회하지 마시고 계속 싸우세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까닭은,

당신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힘드시기 때문이에요.

이왕 시작했다면, 그렇게 한 자신을 격려해요.

주저앉았다면, 일어나서 갈 길을 계속 가십시다.

무엇일지는 몰라도 끝은 분명 있지 않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74. 너무 늦었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