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사랑하기 발동
한참 고뇌 속에 빠져있다.
나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파헤쳐보는 중이다. 내일 당장 죽는다면 무지 억울 하고 서글플 것이다. 억울하고 서글픈 이유가 뭘까.
마흔여섯 먹도록 나를 사랑해 준 적이 없다. 채찍질만 열심히 해댔지 감싸주고 안아준 적이 없었다. 냉정했고 냉담했고 폭력적이었다. 못된 말로 포장하여 괴롭혔다. 이런 폭행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찌들어 있는 난 행복하지 않다. 파랑새는 내 안에 있다는 말은 어렴풋이 들은 것으로 끝나버린다. 가슴속까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다. 파랑새는 내 안에 있어라고 되뇔 뿐.
더 늦기 전에 해보려 한다. 이마의 삼자주름과 미간의 세로 주름을 펴보고자 한다. 보톡스로 해결하기엔 내 표정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순간의 눈 속임일 뿐. 입으로만 웃고 있는 얼굴을 사랑으로 성형해보려 한다.
23년 12월 17일 밤. 잠을 자기 위해 아이와 각자의 침대에 누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록복이가 말한다.
"엄마 나 꿈을 꿨어. 무서웠어. 바다에 내가 빠져서 죽었어. 돌에 부딪혀서 피가 났어. 얼굴이 피로 가득했어. 엄마가 나를 들고 떨어트린다 하며 던졌어. 그래서 난 죽었어"
정말 무섭고 끔찍한 꿈이었다. 할 말을 잃은 나는 '꿈이었네. 꿈이었구나' 하고 말았다.
록복이는 '응. 꿈이었어. 가짜였어'라고 대답했다.
나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끔찍하게 나를 사랑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나를 사랑하지 못해 록복이에게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다.
장난치며 손을 씻기 싫어하는 록복이는 화장실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며 손 씻기 싫음을 말하느라 바빴다.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터져 나오는 록복이의 불만에 얄밉다는 생각을 갖고 저 말을 제지 할 한방의 단어를 고민하며 옷을 걸기 위해 집 현관 옆 행거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아야.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려 화장실 앞으로 가자 록복이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사다리에서 떨어져 울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나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미움으로 가득했다. 나의 행동은 화장실 문을 닫으며 잘했어. 경험해 봐야 아픔을 알고 장난치지 않겠지라고 말하며 뒤돌아 섰다. 아파서 울고 있는 딸에게 소리치는 참 못된 엄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한번 소리 지른다.
"아주 잘했어. 좋은 경험이었어. 아파봐야 다신 장난치지 않지"
참으로 너그럽지 못한 못된 엄마다.
록복이는 문을 닫고 소리치는 엄마의 목소리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길게 울어야 할 필요성을 잃은 것처럼 울음은 짧았다. 조용함에 귀 기울이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문을 열며 록복이를 확인한다. 씻고 나온 록복이를 화장실 앞 복도에 앉혀 놓고 다친 곳을 물어본다. 가슴과 갈비뼈에 붉은 자극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 그냥 그대로 록복이를 안았다.
타인에게 하는 행동들은 곧 나다. 나를 그렇게 못마땅해하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자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말로만 나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그런데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겠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나는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인가란 의문을 품어본다. 타인을 온전히 사랑한다는 말도 이해가 잘 안 된다. 록복이를 키우며 느끼는 것은 과연 내가 록복이를 온전이 사랑하는 것이 맞나 하는 의문뿐이다. 하는 행동과 생각들을 보면 나는 온전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나로 온전히 서있을 수 있을 때 나는 예술인이 될 수 있고 진정한 창작을 할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진리를 깨달아보고자 선택한 책 속에서 이야기한다. 1)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내가 찾은 결론은 나를 온전히 사랑하여야 하며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줄 알아야 나로서 우뚝 설 수 있다. 세상은 가짜로 가득하다.
진짜 나를 봄으로서 나를 사랑할 수 있고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은 다섯 가지 법칙을 되뇌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 법칙을 통해 나는 자유를 얻을 것이며 천국에서 살게 될 것이다.
모를 땐 모방해야지.
언어는 곧 나를 향하기에 좋은 언어를 사용하고 남을 험담하지 않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의 잘못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추측은 금물이다. 거짓이 거짓을 낳게 되는 상황이 된다. 행동과 연습만이 나를 발전시킬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야 하며 나의 모든 행동에 의심을 품어야 한다.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그곳에서 진실을 보는 힘이 길러야 할 것이다. 의심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 경청을 하야 한다. 꼭...
1) 돈 미겔 루이스, 돈 호세 루이스, 재닛 밀스의 <이 진리가 당신에게 닿기를>.(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