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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Feb 18. 2024

글쓰기가 인생 2막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가 된 이유

인생 2막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 - 글쓰기

결국 놓지 못한 작가의 꿈.

이렇게 내 가슴이 아리도록 붙잡고 싶은 꿈이 왜 인생 2막의 두 번째 버킷리스트가 되었을까?


영어원서로 고전 읽기는 내 인생 2막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다. 첫 번째 버킷리스트를 달성하면 그리스인 조르바도 마음껏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버킷리스트가 글쓰기다. 작가 되기다. 그토록 원하는 글쓰기지만 두 번째로 밀려났다.  영어 원서로 고전 읽기가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마도 글쓰기를 제대로 해 보지 않고 글쓰기를 쉽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 때문이었을 거다.  순서를 바꿔서 글쓰기를 뒤로 보냈다.


어쩌면 너무 간절했기에 잘하지 못할까 두려워 뒤로 미룬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너무 소중해서 함부로 하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하나?  잘 준비해서 예쁘게 다듬어서 내 소중한 새끼를 세상에 내놓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버킷리스트에  영어 원서 읽기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였다.  영어 원서 읽는 연습을 하면서 이 일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 삶은 그렇게 한없이 시간을 투자할 만큼 젊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년간 영어 원서 읽기를 열심히 하면, 우리말처럼 영어원서로 고전 읽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다음에 또 몇 년간 글쓰기 공부를 할 것이다.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고, 공부만 하다 아무런 결과를 못 볼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어쩌면 글쓰기를 못하고 말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한몫을 했다. 나이 듦이 너무 많은 변수를 준다.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계획한다.  내 몸이 따르지 못할 수 있다는 자각이 든다.


나는 요양원에서 일한다. 돌보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것임을 매 순간 깨닫는다.

치매로 들어오는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이 생긴다.


반년 전

내가 요양원에 처음 출근하던 날.

같은 날에 들어오신 어르신이 계신다.  입사 동기라는 전우애 때문에 친하게 지낸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어르신이다.

당신이 살아 보고 싶은 집을 잘 지으셨다고 하신다.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요양원에 들어오셨다고 자주 우신다.  아직은 치매가 심하지는 않지만 혼자 계시기에는 불안한 상태다.  정신이 맑을 때도 많으시다.  가끔 두고 오신 집 이야기를 하시며 우신다.


경제적으로  넉넉하다. 어머니 말이라면 언제나 예쓰맨인 아들도 있다. 누가 봐도 복 받은 어르신이다. 언뜻 얘기를 하다 보면 정상적인 인지 같다. 시간이 지나면 치매가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알게 된다. 본인은 무릎이 너무 아파서 요양원에 들어오신 줄 안다. 그러나 어르신의 현실은 이미 혼자  지내는 삶이 불가능하다. 당신이 누렸던 모든 것은  이미 손가락 사이로 흘러버린 모래알이다.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 해야겠다 뼈저리게 느낀다.

하나하나 순서를 따지다가는 시작도 못해보고 내 삶이 끝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든다.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가 같이 달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 힘들더라도 나는 내 인생 2막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당연히 더 힘들다.


요양원 일을 하면서 글쓰기 공부도 하고, 영어 원서도 매일 읽는 일이 쉽지 않다.  사실 지금도 충분히 힘들다.   매일 영어 원서 읽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거기에 글쓰기 공부까지! 그래도 나는 할 것이다.  한 번에 많이는 아니라도 매일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쌓아갈 것이다.  일단은 무조건 많이 쓰는 것에서 시작하라고 하니 그대로 해 볼 참이다. 주연은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하니까!


엉겁결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작가가 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안다. 내 글이 한참 모자란 것을. 모자라는 글을 읽어주는 분들의 아까운 시간을 뺏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하다. 글쓰기 공부를 꼭 해야 하는 이유다. 최소한 민폐를 끼치는 글은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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