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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Oct 10. 2024

엄마도 누군가의 짝사랑이었다.

엄마에게도 따뜻한 순간이 있었다

우리 엄마는 미인이다.

어린 기억에도 너무 예뻤

엄마를 기억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의 미인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우리 가족

외에는 곁을 내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냉정하다

싶을 정도였는데..

그래서 엄마가 누군가를

사랑했다거나, 연애를 했을 거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너무 예뻐서 아마 엄마를

마음에 품은 사람들은

많았을 것 같지만.

엄마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 같았다.


엄마가 쓴 주제일기를

읽으면서 엄마가 냉정한 것이

아니라는 알게 된 것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너무 어려서 엄마를 잃은 상황이,

그나마 의지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의지할 이 없는

연약한 소녀가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학교 다니던 시절.

엄마를 좋아했던 외삼촌의

친구 이야기를 읽고는

엄마를 다시 쳐다봤다.

아마도 엄마 자신도 그 일을

잊어버리고 살았나 보다.

주제일기를 쓰며 질문에

답을 하느라 저 아래쪽에서

끌어낸 기억인 듯싶다.

그때 조금이나마 설레던

그 감정을 엄마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다.

아프기만 했던 엄마의

어린 시절이 그래도 한 번쯤은

따뜻했던 순간이 있었기에.


오빠의 친구가 나를 좋아해서

늘 우리 집에 자주 들락거렸다.


여럿이서 여행을 간다고

배를 탔는데 파도가 쳐서

모두 웅크리고 있는데

내 옆에 와서

자기 헤엄을 잘 치니

사고 나면 나만 업고 갈 테니

걱정 말라며 등을 두드렸다.


사춘기 때

은근히 좋았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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