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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망 Oct 24. 2024

엄마는 시인이었다.

엄마가 쓴 모든 글은 시였다.

엄마가 주제 일기를

그만 쓰겠다고 선언한

뒤로 나의 고민은 깊어졌다.

어떻게 해야 엄마가 흥미를

잃지 않고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을지..

다시 엄마가 그 어두운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

세상에서 도망칠까 겁이 났다.


너무 답답해서 엄마가

글을 딸아이에게 보여 주었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번역을

하는 글쟁이인 딸이면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하소연이라고나 할까?


외할머니가 쓴 글을 읽어보던

딸아이가 하는 말

'이거 엄마가 조금 정리해서

인스타에 올려.

줄정리만 잘 하면 완전

인스타감성인데'

갑자기 캄캄한 동굴 끝에

빛이 비추는 느낌이었다.


만들어만 놓고 나몰라라

하던 내 인스타에

계정 추가를 했다.

딸아이 말대로 엄마의 글을

다듬어 놓고 보니 정말

시였다.

우리 엄마는 시인이었다.


두서없이 써내려간  엄마의

글이 시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엄마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맥락을 이어서 글을 다듬었다.

시였다.



엄마의 글을 다듬으며 두서없는

글이 시가 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편집자의 자질이

있는게 아닐까하는

착각도 했었다.


인스타는 사진이 기반이다.

엄마의 글을 시로 다듬기는

했지만 사진이 필요했다.

픽사베이나 언스플래쉬의

사진을 쓸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에서

최대한 분위기를 맞출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인스타에 엄마의 글을 올렸다.



인스타에 올린 뒤로는

바로 캡쳐를 해서 엄마에게

보내 드렸다.

엄마는 블로그가 아닌 또 다른

매체를 통해 엄마의 글이

보여지는 것을 너무 즐거워했다.

정말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지만

엄마의 시를 보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엄마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다.


다시 한 번 엄마가 글을 쓸

동기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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