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자 Y Jan 27. 2024

도쿄에 짧게 갔다 온 이야기-2

데이비드 호크니전을 보러 갔으나 많은 것을 먹고 오다

1019(목) 쨍쨍. 낮 최고기온 섭씨 25도라는 예보.

데이비드 호크니전은 도쿄도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구글맵 찾아보니 닛포리역에서 버스 타고 한 번 갈아타면 된단다. tv에서 나오는 자니스의 변신 기사. 글쎄다? 사고친 역사가 너무 길고 무거워 만회할 수 있을까? 나가기 전 어제 산 베이글과 우유로 아침식사.

야마노테-오카마치역-6분 걷고-우에노오카마치역-오에도선-기요스미시라카와역-16분 걷기가 최단 시간. 그러나 우리는 좀 더 걸려도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다. 

都8번 버스를 탈 수 있는 닛포리역 정류장. 어디인지 찾지 못해도 안내하는 분들이 친절히 도와주신다. Don't be shy!

닛포리역 앞에서 都8번 버스 승차. 승강장이 헷갈렸으나 득달같이 달려온 안내원 할아버지의 친절한 가이드로 승강장 발견. 역 앞 동상이 있는 곳이다. 혼조 아즈마바시에서 내려 길 건너 승강장에서 業10 타고 현대미술관 앞에서 내린다. 기바공원이 바로 옆. 즉 이곳은 기바(木場)다. 햄이 왕년에 아르바이트했던 곳. 아주 살기 좋은 주택가다. 맨션도, 아이들도 많다. 엄마들은 기바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간간이 노부부들도 눈에 띈다. 훌륭한 주거지.

도쿄도현대미술관. 기바에 있다. 여행자로서는 좀 멀지 모르나 좋은 전시가 있다면 가보시기를 권한다. 그 옆의 기바공원도.
데이비드 호크니전 포스터. 작품은 촬영 금지라 이걸로 대신해야 할 듯.
전시장 밖에 있던 설치물
호크니는 아이패드로도 그림을 그린다. 이 전시에서 led 화면으로 보이는 작품은 촬영이 가능했다.
노르망디 연작의 일부-1
노르망디 연작의 일부-2
노르망디 연작의 일부-3

인터넷에서 예매했기에 바로 들어간다. 호크니전은 색의 향연. 초기작은 아직 아이덴티티가 잡히지 않아 좀 칙칙한 듯했으나, 갈수록 색감이 화려해진다. 이제 그는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린다는데... 인상파의 궁극적인 목적이 달성됐다는 느낌이 든다. 인상파 화가들이 한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같은 시간에 같은 풍경을 그리러 나갔다면, 호크니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한 자리에서도 볼 수 있게 현대의 문물을 활용한다. 한 곳의 봄여름가을겨울 풍경을 연속해서 느낄 수 있는, led 화면을 활용한 재치 있는 그림의 구현. 앙리 마티스, 에두아르 모네, 파블로 피카소를 섞은 듯한 느낌은 뭘까? 좀 더 그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그림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겼을 것 같은 더블포트레이트(double potraits)들도 흥미롭다. 둘은 한 공간에서 말이나 행위를 주고받는 것 같다. 

‘노르망디의 1년’은 긴 연작. led 화면에 구현됐다.  

호크니는 37년생으로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화가다. 영국 출신인 팝아티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판화가, 사진작가, 무대연출가. 영국 왕립예술대를 졸업했다. 디지털 사진 때문에 사진 예술이 곧 끝날 것이라면서도 사진 작업을 많이 한 좀 모순된 자아를 가진 작가. 폴라로이드로 다른 시간대에 다양한 각도로 찍은 포토몽타주 시리즈, 한 대상을 여러 번 찍어 콜라주해 모자이크를 보는 듯한 독특한 화법이 트레이드마크다. 한동안 포토콜라주 작품을 내놓다가 회화로 회귀한 그는 물의 운동을 건조한 풍경에 대조시켜 묘사해 ‘수영장의 화가’로도 불린다. LA 수영장과 아파트 그림이 유명하다. 그는 또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의 모습도 꽤 많이 묘사했다.

호크니가 그린 초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클라크 부부와 고양이 퍼시의 초상’이란다.

‘예술가의 초상(1972)’이 2018년 11월 16일 뉴욕 경매에서 9,030만 달러(약 1,018억원)에 낙찰돼 호크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화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그림에서 서 있는 남성은 호크니의 11살 연하 애인이었던 피터 슐레진저로 추정된다고.

호크니는 작품의 형식과 매체에 관한 실험을 즐겼다. ‘탕아의 편력’은 문학 작품을 위한 에칭. 또 197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마술피리' 공연 때 의상과 무대장치를 만들었고, 앞서 말한 포토몽타주 작업도 시도했다. 본인의 말을 빌리면 ‘노려봄(eyeballing)’은 미술가로서 자신의 최고 장점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대상을 묘사한 것은 피카소의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피카소를 오마주한 작품이 가득한 전시실도 있다. 역시 예술가는 오래 살아야 된다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 그의 많은 시도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저서 ‘명화의 비밀’과 ‘그림의 역사’ ‘다시 그림이다’도 국내에 정식 번역됐다.

더블포트레이트인 그의 부모 그림을 보는 순간 공감했는지 쿡 웃음이 나온다. 엽서를 사야겠다. 앞에서 언급한 그림들은 구글에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내부 촬영이 금지라 작품 사진을 올릴 수 없다.

뮤지엄숍에서 열쇠고리 득템! 특별전 뮤지엄숍은 따로 있다.
탐났던 뮤지업숍 가죽 제품들. 가방을 하나 구입했다^^
아주 정갈했던 도쿄도현대미술관 카페 
나폴리탄산도와 커피로 에너지 충전! 그러나 사진이 너무 안 좋아 차마 내보이지 못한 다마고산도가 최고였다. 

특별전 뮤지엄숍에서 엽서와 도록을 사다. 열쇠고리는 공동지출. 뮤지엄숍에서는 고민 끝에 작은 가죽 가방도 하나 구입했다.    

2층 cafe는 샌드위치 맛집. 아이스아메리카노, 다마고산도(겨자가 잔잔하게 느껴지는 것이 일품이었다), 나폴리탄산도 먹다. 인상적인 맛의 빵들. 

뒤뜰의 조형물도 보고 자연스럽게 기바공원으로 들어가보다. 아파트에 둘러싸인 곳. 사방에서 감시하는 눈이 많아 치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아이들도 많고, 아이들을 풀어놓고 담소하는 엄마들도 많다. 

소금빵의 성지라는 팽메종. 지나가다 줄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알았다. 
메인 메뉴 설명과 함께 소금빵을 제한적으로 판매한다는 이곳의 방침이 설명돼 있다.
오리지널 소금빵. 생긴 것처럼 현란하지 않고 점잖게 아주 맛나다. 원조의 맛이랄까?

기바공원에서 되짚어 버스를 타고 아사쿠사로 가다. 일단 業10 타고 혼조아즈마바시에서 내린다. 작은 이온몰들이 꽤 눈에 띈다. 우리나라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같은 건가? 하차 후 아사쿠사까지 걷기로. 소금빵의 성지 뺑메종에서 소금빵 2개 get. 줄이 꽤 길었지만 기다렸다. 어떤 아주머니는 차를 대놓고 20개를 한꺼번에 사간다. 하나에 110엔이고, 한 사람당 20개까지 살 수 있다. 소금빵 종류도 다양하다. 뭔가가 들어 있는 것도 꽤 되고. 

스미다강 아즈마바시 건너면 아사쿠사다. 수상버스 터미널 있다. 그 전에 보이는 아사히 본사. 일명 '똥' 건물. 이들은 왜 그랬을까? 어쨌든 화제성이 있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유명해졌으니 됐지 뭐. 스카이트리와 나란히 보인다.

여전한 아사쿠사. 그나마 사진을 찍은 타이밍은 사람이 적을 때였다.
복어 잘하는 현품. 그러나 장어도 좋았다. 
입맛 다시기용 가니크리무고로케. 최애 중 하나다^^ 고추와 같이 먹으면 별로 안 느끼하다. ㅋ
우나주 세트. 장어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는 괜찮았다.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아사쿠사는 사람 지옥. 케밥집이 떡하니 있다. 역시 관광지다. 이곳에는 장어를 먹으러 왔다. genpin asakusa(玄品). 이곳은 복어로 유명하다는데 우나기도 좋단다. 우나주 두 개, 가니크리무고로케(2개짜리-고추를 곁들여 느끼할 때쯤 깨물어 먹는 묘미가 있다), 나마비루 小. 좋은 맛. 그러나 장어를 막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저 즐기는 정도랄까? 7,500엔. 합리적인 가격이다.

드디어 실크푸딩을 샀다. 앞이 호지차, 뒤가 프리미엄. 너무 유명하기도 하고 아사쿠사에 별로 오지도 않아 먹지 못했다.  
만세바시역에 대한 설명. 이제 2층 카페에서 전철 세 노선이 겹치는 광경을 볼 수 없다. 
뭔가 충실했던 무인 카페. 맛도 괜찮았다.
만세바시에서 본 mAAch 상점가

사람에 치여 돌아다니다 실크푸딩 2개(프리미엄, 호지차) 사고 긴자선 타고 간다로 가다. 미쓰비시은행 쪽 스타벅스에서 아이스티를 마시다. 간다나 닌교초 쪽에서 나폴리탄을 먹겠다는 원대한 꿈은 접고 만세바시(万世橋) 쪽으로 향한다. mAAch ecute 입장. 스타벅스 나와 오른쪽 대로로 쭉 가면 보인다. 외국인들이 퍼포먼스 중. 이곳은 주오선 간다와 오차노미즈역 사이에 있던 역이다. 이후 교통박물관이었다가 2013년 상업시설로 탈바꿈했다. 2층 하기전철카페 n3331은 전철이 다니는 것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던 곳. 세 노선의 전철이 겹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영업 종료다. 가게들도 꽤 바뀐 듯하다. 그러나 아직 아치복도를 걸어볼 수도 있고 박물관 같은 숍인 library, 크래프트맥주집인 히타치노브루잉 라보 등이 존재한다. 무인카페 rootC도 인상적이었다. 2층 카페도 있다는데 가보지는 않았다. 1935계단으로 올라가보자. 그러나 뭔가 대중적인 물건을 파는 곳은 아니라서, 더위에 시달리던 나의 티셔츠 구입의 꿈은 날아가다. 

간다에는 전자제품 상점이 많은 아키하바라 및 출판사, 서점, 중고서점들이 많이 모인 고서점가가 있으며 헤이안 시대에 중앙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다이라노 마사카도(平将門)를 신으로 모시는 간다묘진, 도쿄의 정교회 성당인 니콜라이당 등이 있다. 

아키하바라로 가면 JR을 탈 수 있다. 도중에 발견한 이온몰. 햄은 선물용 위스키를 3병이나 택스프리로 샀다. 양손 무겁게 아키하바라역에서 JR 타고 닛포리. 북쪽출구로 내려와 드럭스토어에서 치약 두 개 사고(2,007엔), 5% 깎아준다는 말에 혹해서 포인트카드도 만들었다. 하나는 soso한 민트향, 하나는 완전 소금치약이다. 이후 이 치약에 혹해 서울에 와서도 찾게 된다.  

귀가 후 금고가 열리지 않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다. 마지막에 숫자를 잘못 입력했나 보다. 프런트 불러 마스터키로 해결하다. 식겁!! 이래서 안 하던 짓은 하지 말아야 해.

동네 마실 갔다가 발견하 슈퍼의 황홀한 소스들^^
신라면과 요즘 핫하다는 불닭면도 있다. 라면 싸들고 다니는 여행은 그만해도 될 듯 ㅋㅋ
정겨웠던 대중목욕탕. 그러나 사진이 너무 흔들렸다;;

다시 야나카긴자로 가다. 20시쯤이었는데 벌써 거의 문 닫은 분위기. maruetsu petit라는 슈퍼에서 소스들 구입.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자. 슈퍼 지나 쪽 가면 주택가. 예쁜 대중목욕탕도 있다. 인적이 드물어 약간 쫄았으나 위험하지는 않다. 조용한 동네. 간간이 사람도 다닌다. 

호텔 앞 세븐일레븐에서 오뎅과 하이볼, 초콜릿파이(롯데) 사서 돌아오다. 하루 종일 짐 들고 다녀 어깨에 피멍이 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도쿄에 짧게 갔다 온 이야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