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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Y Mar 12. 2024

클림트, 실레, 훈데르트바서를 찾아가다-3

-홀로 여행

7.10(수) 쾌청. 기분 좋은 날씨. 체스키크롬로프에 가는 날. 하루 자고 올 예정이다.

체스키크롬로프는 낮 최고 온도가 21도까지 올라간다는데 걱정이다. 여름옷만 잔뜩 가져온 여행자는 심란하다. 그러나 긍정회로를 돌려보자. 정 안 되면 하나 사 입지 뭐. 견뎌보고^^

westbahnhof 앞. 역 안에 스타벅스가 있다.
익숙한 스타벅스에서 아아 한 잔. 살 것 같다.
ck 셔틀을 기다리는 mercure westbahnhof  호텔 앞에는 플렉스버스도 서 있다.
3시간 넘게 달려 체스키크롬로프에 데려다 준 ck 셔틀

8:00 출발. 2, 3호선 갈아타고 westbanhof로 간다. 큰 역이다. 모텔1도 잇고 슈퍼마켓인 dm도 있다. 스타벅스 발견. 스벅 아아를 마시다. 살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아직 플라스틱 빨대 쓰네;; 우리나라 스벅의 종이 빨대가 싫은 나로서는 어찌됐든 반가운 일이다. 매일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고 다니는 여행자에게는 익숙한 곳에서의 이 순간이 여유롭다.

9:30 mercure westbahnhof hotel 앞 미팅 장소 도착. 잔뜩 쫄아 여기가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다.

이런 확인이 무색하게 셔틀은 30분이나 늦었다. 기사가 태울 사람을 잘못 찾았단다. ck에서 메일 오고 난리난 끝에 무사히 탑승하다. 지금은 여유롭지만, 셔틀 도착이 15분이나 지연된 순간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진땀이 났다. 10:00 출발. 중간에 화장실 때문에 맥도널드 들르고 13:40쯤 목적지에 도착하다. 운전사가 숙소 가까운 곳에 내려준다. 혼자라 조수석에 탄 여행자는 한 미국인 커플의 여행 다닌 이야기, 자기 딸 자랑, 폐플라스틱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소음(?)으로 가는 내내 머리가 아팠다!

오스트리아-체코 국경은 노랑 표시 하나뿐. 검문소에는 아무도 없다. 기사 말로는 한 달 동안 그랬단다. 평화롭고 별 일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가끔 사람이 나와 있기도 한다는데 그때는 뭔 일이 있다는 거겠지? 체코 부동산은 외국인도 취득 가능하다는 기사의 전언.  

오늘의 숙소 호스텔 merlin. 위치는 참 좋았다.
싱금룸의 크기를 보고 경악하다. 공간을 가득 채운 침대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나 창문과 조명이 살렸다는...
그래도 창문을 열면 보이는 블타바 강과 보트들. 꽤 많은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논다.
호스텔 merlin의 아기자기-1
아기자기-2
주방은 공용공간. 저녁에는 꽤 북적거린다. 
숙소에서 나와 svornosti 광장 쪽으로 가다 만난 교회. 고딕 양식의 성 vitus 성당이다. 체코의 국립문화기념물이기도 하다.
svornosti 광장. plague column이 보인다. 당시 유행했던 페스트를 극복한 기념으로 세워졌다. 
광장에 있는 짐 보관소. 위치를 알아놓으면 편리하다. 다음날 사람이 없어 짐을 맡기지 못한 여행자는 이곳을 이용했다. 

hostel merlin check-in. 한국인 여인이 한 분 와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도착한 그는 이곳에 한국인이 너무 많아 짜증스럽단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방은 아주 작아 침대 하나 놓으니 공간이 거의 없는 곳. 그러나 1인실이라는 이유로 예약했다. 공용주방이 있는 아기자기한 호스텔. 빈의 숙소를 하루 비워두고 오늘은 이곳에서 묵기로 한다. 나오면 바로 관광 스폿이다. 에곤 실레 미술관과 가깝고 바로 앞에 블타바 강이 흐른다. 

보트를 타고 블타바 강을 만끽하는 사람들. 언제나 수영을 배워 이 행렬에 동참해보나;; 아직은 무서워.
체스크크롬로프 성 가는 길에 있는 환전소. faber 펜션을 찾으면 된다.
환전도 했겠다, 눈에 띄는 크레페 가게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시카고식 돌돌이빵. 언제 소시지를 베어 물었을까? 레모네이드는 사진 상태가 영 그래서 빵만 보여드리는 걸로;;

60유로를 코루나로 환전하다. 약 1400코루나. 환전소는 망토다리를 건너 성으로 가다 발견한 곳. 환율도 괜찮고 찾기도 쉽다.

배고프다. 시카고식 돌돌이빵(동그란 빵에 소시지와 피클 들어 잇는 것, 120코루나)과 수제 레모네이드를 먹다. 25코루나.

가게 앞의 마리오네트 박물관. 참 오래된 건물 같다.
티켓이 좀 무서운가? ㅋㅋ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공연에 쓰였던 인형들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에 등장한 인형들
마리오네트 세트. 예전에는 집에서 이걸로 공연을 했단다. 
라스푸틴으로 짐작되는 인형. 좀 무서웠다. 
짐작하다시피 박물관에 엘리베이터는 없고 이렇게 꼬불꼬불한 계단을 오르내리며 인형들을 볼 수 있다. 

먹다 보니 앞에 마리오네트박물관이 눈에 띈다. 80코루나. 당시 공연한 무대까지 전시돼 있고 인형들도 여러 종류다. 좀 무섭고 계단을 계속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흥미로웠다.

에곤 실레 미술관. 안에는 촬영 금지라 더 이상의 사진은 없다. 

숙소로 돌아오다가 둘러본 에곤 실레 미술관. 입장료는 좀 비싼 듯하다. 200코루나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한다.  양조장을 개조해 만들었다는데 확인은 안 해 봤다. 안은 촬영 금지라 사진이 없다.

실레는 개인적으로 야한 그림을 그린 '잘생긴 또라이'라는 느낌을 가졌던 미술가다. 부도덕과 불경, 에로틱 등이 그를 설명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체스키크롬로프를 그린 그림의 뒤틀린 형태와 색, 그리고 뭔가 처절해 '심쿵'한 여행자는 그를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천재 또라이'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보러 빈으로 가겠다는 투지(까지는 아닐지 모르지만)를 불태우게 된다. 

아주 도식적으로 설명하자면, 실레는 1890년 6월 12일 지금은 오스트리아 영토인 오스트리아-헝가리 툴른에서 태어났다. 그의 생은 길지 않아 1918년 10월 31일 빈에서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제자였고, 빈 분리파와 관련돼 있다. 클림트를 제치고 빈 분리파의 수장에 오르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표현주의적 요소들을 가졌고 강렬한 색깔, 왜곡된 모습 등이 특징이다. 그러나 왜곡된 형태의 대가(?)였던 반 고흐의 그림과 달리 실러 그림의 색깔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둡다. 그 가운데 초상화는 원초적이고 소름끼칠 만큼 정직하다. 

그는 매독으로 정신 착란 증세를 나타내며 죽은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성적 욕망, 죽음과 삶에 대한 공포와 고뇌를 느꼈다. 이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그에게는 죽음과 에로티시즘에 대한 공포와 환상이 동시에 각인된다. 인간의 원초적 비애를 느낀 것이리라. 실레는 어머니의 고향인 이곳 체스키크롬로프에서 잠시 살며 그림을 그렸지만, 누드화를 그리고 10대 소녀를 이 그림의 모델로 쓰기도 해 쫓겨났다고 한다. 당시 그의 자유분방함이 이곳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의 작품은 빈 레오폴드 미술관에 많이 있다. 그곳에서는 수많은 자화상과 친구나 연인의 초상화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빈으로 돌아가 소개하기로 한다. 

보타니쿠스는 화장품 가게. 향이 들어가지 않아 화장품에서는 좀 꼬리한 냄새가 난다. 그러나 성분과 능은 좋다고...
보타니쿠스 앞에 있던 가게에서 로컬 비어 3종을 샀다. 맛은? so so!
속소 앞에 있는 여러 음식과 음료를 파는 가게. 아아가 있어 신났다. 
버거도 하나 사서 일단 숙소로 돌아간다. 좀 쉬어야지^^

미술관에서 나와 '전지현 오일'로 유명하다는 보태니쿠스로 간다. 중국인들은 여기에 다 모여 있는 듯. 일랑일랑 오뜨투왈렛 하나를 사다.

앞의 가게에서는 3병들이 맥주를 판다. 일단 get! 숙소 앞 버거 가게에서 치즈버거와 아아도 사서 들어간다. 이곳이 18:00면 문을 닫는다기에. 

숙소에서 잠시 기절. 

정신 차리고 나온 여행자 눈에 띈 예쁜 집-1
예쁜집-2
골목을 따라 가면 체스키크롬로프 성이 나타난다. 
북적이는 골목
예쁜 골목-1
예쁜 골목-2

조금 쉰 여행자는 일단 ck shuttle 도킹 장소를 확인하러 가다. 장소를 확인하다 만난 예쁜 집, 예쁜 골목을 눈에 넣어 오다. 아까 간 곳이 맞네. 극장 앞. 이곳까지 걷다가 발견한 민속박물관. 이곳은 평화로운 곳, 중국인이 많은 곳, 이에 못지 않게 한국인 많은 곳, 펜션이 마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체스키크롬로프 집들은 이렇게 다양하다. 그래도 붉은 지붕이 많기는 하다.
가까이에서 본 성과 탑
민속박물관.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것 같았지만, 여행자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또 다른 화장품 가게인 manufaktura. 이곳도 물건의 질은 대동소이한 것 같다. 
성으로 올라가보자. 이 문을 통과해 조금 가면 진짜 성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타난다.  
성으로 가는 길에 만난 간판들
성 앞 장인들의 가게에 걸린 간판들. 내일 방문해보자.

거리의 장작 냄새가 좋다. 레코드 가게에서 나오는 올드팝. tell laura I love her? 냄새와 음악이 어울려 마음이 새삼스럽게 말랑말랑해진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 그야말로 감정의 '아귀'가 탁하고 맞는 순간이. 그럴 때면 여행자는 아주 관대해지고 대범해진다. 

레오폴트 미술관에 있는 실레의 'CRESCENT OF HOUSES II (ISLAND TOWN)',  1915. 체스키크롬로프를 그린 그림이다. (출처:레오폴트 미술관 홈페이지)
시점은 많이 다르지만, 실레가 그린 체스키크롬로프의 풍경과 닮아 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이곳 집들의 지붕. 실레가 그린 것과는 다르지만 어딘지 통하는 것 같다. 실레는 이곳을 사랑했음이 분명하다.

숙소에 들어오다. 한국인 남자 둘이 묵는 옆방은 부산하다. 그러다가 거실에서 체스를 두는 것 같은데. 더워서 나왔나 보다.    


번외(호스텔 멀린)

*싱글룸이 매우 좁다. 그냥 침대 하나가 차지한 방. 화장실과 샤워실은 따로 있다. 

*2층(이곳에서는 1층)에 리셉션

*고전적이 디테일이 예쁜 곳.

*위치 좋다.

*강 뷰(싱글룸의 경우인 듯하지만)

*협소하지만 조명이 문 옆이나 침대 옆 등 적재적소에 있어 나름 편리하다.

*컨시어지에 사람이 수시로 안 보인다. 다른 곳에도 영업장이 있어 그렇다고 하는데, 짐을 맡길 수 없는 경우가 많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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