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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건 Feb 07. 2024

EVERYTHING 3:44

노르웨이의 숲 #2

노르웨이의 숲 #1 : 사랑 없는 사랑 이야기


 우리의 생각은 외부와 내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생각이라는 것이 애초에 내부의 것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시작된 생각은 마음을 맴돌다 결국 외부로 흘러나가고, 외부를 떠돌던 생각은 여러 변화를 겪으며 다시 내부로 돌아온다. 이렇게 생각은 순환한다.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생각이든,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생각이든, 모든 생각들은 반드시 순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까, 감정은 생각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비행기가 멈춰 서자 금연 사인이 꺼지고 천장 스피커에서 나지막이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느 오케스트라가 감미롭게 연주하는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이었다. 그리고 그 멜로디는 늘 그랬듯 나를 혼란에 빠뜨렸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마구 뒤흔들어 놓았다. (p.9)


 생각은 감정을 만든다.


 다시 한번 나오코의 이야기를 한다. 나오코의 생각은 순환하는 과정이 남들과는 달랐다. 생각이 순환할 때 나오코가 느끼는 감정은 평범한 사람의 것보다 훨씬 격정적이었다. 처음에는 나오코 역시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의 통로를 가지고 있었겠지만, 친언니와 남자친구를 상실하면서 그 통로가 어딘가 달라졌을 것이다. 생각이 감정을 불러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감정의 깊이는 나오코가 예상했던 것보다 깊었고, 나오코는 그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생각이라는 것은 우리 내부의 것이지만, 대부분의 생각은 외부의 자극에서 비롯된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우리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내부의 생각은 우리의 가치관, 행동, 태도가 되어 외부와 상호작용한다. 생각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감정이 생겨난다. 감정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감정을 다루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노르웨이의 숲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감정을 다루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 하루키의 문장을 따라가면서 등장인물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은 까다로우면서도 재미있다. 나오코는 죽음을 결정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단순하게 한 단어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복합적인 감정이 이 책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대략 2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전까지도 사랑을 주제로 쓰고 싶었다. 글을 쓰려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은, 단순히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 책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도 까다롭다는 것이다.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내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 물론 사랑에 정답은 없지만. 먼 훗날 언젠가 이 책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제야 비로소 다시 이 책으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의 순환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밀려오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나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이 책을 마무리한다. 당신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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