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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간 죽이는 여자

시간이 나를 살릴 수 있도록!

by Kaelyn H

삶에서 불공평하지 않은 단 하나가 시간이라고들 합니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지니까요. 분명 틀림없는 말인데, 대부분 시간의 소중함을 매순간 느끼며 살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날마다 주어지는(쏟아지는) 일을 하다보니 자각하지 못한 채 시간이 가기도 하고, 알면서도 게으름에 차일피일 미루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우엔, 특히 오랜 세월 직장 생활이 곧 삶의 루틴이 되면서, 스스로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해 온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열심히 생활한다고 자부하면서 살고 있었던 것 같네요.


지난 주 열대야가 계속되던 어느 날.

새벽까지 뒤척이다 지쳐서 잠을 포기하고 이른 시간 출근한 적이 있었습니다. 반쯤 탁한 정신으로 도착한 사무실은 상당히 고요했습니다. 습관대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서, 정식 업무시간까지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막상 시간이 주어지니 무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멍한 채 인터넷을 좀 둘러보다, 그대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30분을 제 인생에서 죽인 셈입니다.


어느 덧 퇴근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을 타는데 약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휴대폰 속 이런저런 어플을 들어가 봅니다. 딱히 중요한 내용이 있어서도 아니고, 중요한 알람이 온 것도 아니지요. 그저 습관일 뿐입니다. 그렇게 다시 30분이 죽어갑니다. 이건 사실, 출근 때도 비슷하지요.


그렇게 하루 종일 알게 모르게 흘러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상당할 겁니다. 당연히 매시간, 매분, 매초를 낭비 없이 완벽히 보내면 좋겠지만, 여러 이유로 어렵겠지요. 그러나, 할 수 있을 때조차 스스로 삶을 주도적으로 운영하지 못한 채, 타인이 짜 놓은 시간표에만 맞춰 산다면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말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오래 함께 해 온 게으름이 제 안에 구석구석 남아 있기도 하고, 매일 알차게 시간을 아껴 쓰면서 효율을 극대화할 능력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단 30분 만이라도 제 자신에 집중하고 ‘한번 해보자!’ 결심한 일을 조금이라도 실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제 불과 며칠째 이지만요.)


이번 주도 즐겁게, 그러나 성실하게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내가 시간을 죽이지 않으면, 그 시간이 나를 살릴 거라는 믿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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