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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in Sep 17. 2021

미래는 익숙한 것에 반기를 드는 자들의 것이 될 것이다

국내 최초 루치오 폰타나 전 , 성수동 갤러리 추천

미래는 익숙한 것에 반기를 드는 자들의 것이 될 것이다!

2021.06.10

I, FONTANA 폰타나를 만나다

성수동 TESSA


들어가며 


나는 팀 막내라 보통 왠만하면 팀 식구분들과 항상 점심을 먹곤 하는데, 

오늘은 모두 외근, 재택 근무에 사무실에 계시던 팀장님도 기자미팅이 있으셔서 

성수동 사옥으로 이사 온 후 처음으로 혼밥을 하게 되었다. 


점심시간 여유롭게 가지고 성수동에 구경갔다올 곳 있으면 가서 즐기고 오라는 팀장님의 미션 하에.. 

폭풍 서치 후 루치오 폰타나 국내 최초 전시가 회사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을 발견! 

바로 잽싸게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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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위에서 보았듯이 예매 방법이 조금 특이한데, 루치오 폰타나 전이 어떤 기관에서 열리는지 이해하면 좋다. 

TESSA는 온라인 앱 기반 미술품 제태크 플랫폼으로 이번 국내 최초 루치오 폰타나의 단독 전시를 공동 기획했다. 

예매를 했다면 이미 당신은 아트테크에 길에 들어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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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크란, 

슈테크(슈즈+재테크), 샤테크(샤넬+재테크)처럼 미술품을 대상으로한 투자법이다. 

TESSA는 작품 소유권을 원하는 만큼 분할하여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폰타나의 1956년 작 <Concetto Spaziale> 소유권을 분할 판매한다. 




전시를 예약함과 동시에 이 작품에 나도 1000원+ 투자한 것으로 된다. 

TESSA는 런던의 유서 깊은 갤러리 '로빌런트+보에나(Robilant+Voena)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해 루치오 폰타나 전시회를 국내 최초로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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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오 폰타나 Lucio Fontana


루치오 폰타나는 이탈리아 예술가이다. 원래는 조각이 주 전공이었는데 미래주의 , 디다이스트 작가들과 함께 건축적인 설치 작품을 만들면서 돌, 세라믹, 네온 등 다양한 재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밀라노에서 '공간파'를 결성해 공간주의운동을 일으키고 '공간을 가로질러 빛나는 형태'를 새로운 미학의 형성이라 하여 운동, 색채, 시간 그리고 공간, 즉 네온의 빛, 텔레비전, 건축 등에서 볼 수 있는 4차원 존재까지 현대의 예술 개념으로 확장했다. 

그의 대표 작품 시리즈는 '공간 개념' 이다. 

<하얀 선언문>을 통해서 캔버스에 날카로운 칼자국을 넣은 커팅 작품으로 회화와 조각의 극한으로서의 공간 개념의 창조를 보이며 유명해졌다. <하얀 선언문>이란 그가 제창한 공간주의의 정의를 담고 있는 저서이다. 이 선언문에서 폰타나는 이제 인간은 기존 미술의 미학에서 벗어나 공간과 시간의 통일에 기초한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발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루치오 폰타나는 소재와 표현의 한계에 의문점을 던지고 해방된 예술 작품을 통해 예술의 사회성을 강조했다. 

이후에도 예술 작품이 종이나 석고 등의 정해진 관념적인 물성을 초월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공간과 물성의 관계를 연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캔버라는 평면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작품에 부여하는 실험적 시도를 계속 한다. 이번 국내 최초 루치오 폰타나 단독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 기법인 부키 (Buchi)와 탈리(Tagli) 기법이 적용된 실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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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Buchi)

이태리어로 '구멍'이라는 뜻의 부키 시리즈는 얇게 칠한 캔버스에 구멍을 여러 개 뚫은 것이다. 구멍을 통해 평면의 캔버스를 그 뒤의 무한한 공간으로 확장시켰으며, '2차원은 회화, 3차원은 조각' 이라는 기존 통념을 깨고 회화도 조각도 아닌 작품을 탄생시켰다. 


루치오 폰타나의 시그니처인 공간개념(Spatial concept)도 이때 탄생하였다. 



예술은 곧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존재여야 했다 


정해진 것에 반문을 던지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의 모습은 항상 빛나는 것 같다. 

캔버스도 어떻게 보면 작가가 담아낸 프레임 같은 것인데, 그 프레임에 의문을 던지고 아예 뚫을 생각을 했다니. 

그리고 그 뒤에 무한의 영역이 있다고 정의한 것 조차 매력적이다. 

정의 자체가 사고에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는 느낌이라 보는 이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느낌이다. 

그렇지, 캔버스 뒤에 캔버스 밖에 어떤 세상이 있을지는 내가 결정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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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Tagli) 

부키 시리즈 이후, 두 번째 작업인 탈리 시리즈가 탄생한다. 

'베어서 난 자국'이라는 뜻의 탈리 시리즈는 캔버스를 면도칼로 베어낸 것으로, 오늘날 폰타나의 대표 연작이다. 

공간주의를 발전시킨 작품답게 공간이 더욱 깊어 보이도록 캔버스 뒤편을 검은 테이프로 마감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미술에 대한 모욕'이라고 혹평받았으나 오늘날에는 회화의 새로운 차원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2008년에는 그 중 한 작품이 크리스티 런던 경매에서 한화 약 100억원에 낙찰되었다. 



탈리 시리즈를 보고 있다면 왠지 모를 짜릿함이 느껴진다. 

그때 미술에 대한 '모욕'을 던졌던 사람들은 저 캔버스 사이를 빠져 나와 미래로 향하지 못했을 것이다. 

보고 있다보면 폰타나와 함께 저 틈 너머에 미리 넘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미래는 익숙한 것에 반기를 드는 자들의 것이 될 것이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관람객이 오직 나 한명이었다. 갤러리를 전세 낸 느낌을 낼 수 있었다. 

덕분에 여유롭게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흰색 탈리 작품들이 모여 있는 이 공간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만들었다. 



잘 칠한 캔버스를 슥 그어내는 폰타나의 감정은 어땠을까. 짜릿함 그 이상의 감정이었을 것 같다. 

세상을 바꾸는 무언가를 만들거나 해내는 일은 저렇게 온전한 것을 그어내는 일과 같을 것이다. 

짜릿함, 돌이킬 수 없는 한방, 강렬함. 그리고 그 결과물은 이렇게 후대에 세련되게 남겠지. 


과정의 짜릿함, 강렬함과 결과물의 담백함. 내가 만드는 모든 것들이 이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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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며


폰타나의 작업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다수 관람할 수 있다. 전시 타이틀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나, 폰타나를 만나다' 사실, 폰타나의 작품을 인터넷에서 가끔 보긴 했지만, 실물 작품은 처음 보는 것이고 

그의 공간 개념도 이번에 처음 배운 것인데 짧은 전시긴 했지만 

폰타나가 작업했을 때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폰타나를 처음 만나기에 딱 적기였던 전시. 

한층 폰타나라는 예술가와 친해진 느낌이다. 



TESSA 외관. 뚝섬역, 성수역, 서울숲역의 딱 중간에 위치해있다. 갤러리 자체가 깔끔하고, 통창에 빛도 적당히 들어와서 작품들을 감상하기에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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