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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in Dec 13. 2021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Annyung

2021 무장애 예술주간 No Limits in Seoul 


경계없는 감각의 향연,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무장애예술주간 <No Limits in Seoul>


#당신의 감각은 자유로운가?

 

우리가 사는 세계와 인간은 참 모순적인 존재들이다. 그토록 자유를 외치면서도 어떤 경계가 지어져있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만다. 그런 관성 때문인지, 우리는 세계라는 공간에 참 많은 것을 정하며 역사를 일궈왔다. 국가, 인종, 나이, 성별, 시간, 숫자, 언어가 그러한 것들이다. 또 오랜 시간 공고히 쌓아놓은 이 벽과 경계를 부수고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것 또한 우리 인간이다. 무한하길 바라는 유한의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의 숙명적인 일이 아닐까? 우리는 아직도 넘어야할 벽과 세워야할 올바른 경계들이 무수하다. 우리는 어느새 우주의 한 점같은 시간을 살다간 먼지로 기록될 지 모르겠으나, 살아있는 동안은 조금 더 규칙이 되기도 하고 억압이 되기도 하는 이 boundary 와 limits 들을 감각하고 두드려보아야 한다. 당신이 당신도 모르게 공고하게 남을 위해 세워둔 벽은 무엇인가? 선을 그어놓고 평생을 몰랐던 세계는 어떤 곳인가? 그 벽을 뛰어넘어 다른 감각의 세계로 갈 준비가 되었는가? 당신이 무장애예술주간과 조금이라도 함께 한다면, 한가지 혹은 수많은 벽이 손가락 하나로 부서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 또한 새로운 세계 하나를 더 얻어가길, 기원한다. 


#무장애예술주간이란?

 


무장애예술주간 No Limits in Seoul’은 한국장애인문화에술원이 주최하는 문화예술 행사이다. 2020년 11월에 시작해 올해 2회를 맞았다. 다양한 온라인 심포지엄과 탭톡, 댄스 필름, 시어터 필름, 전시, 퍼포먼스, 연극까지 다양한 예술적 인사이트와 감각의 경험을 얻어갈 수 있는 그야말로 예술 축제이다. 장애예술과 관련된 국내외 주요한 이슈와 동시대에 우리가 꼭 나눠야만 하는 담론을 형성하는 장이자 장애와 비장애의 그 경계를 넘어 무장애 예술판, 협업을 시도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장애예술주간이 아니다, 무장애예술주간이다. ‘무장애'란 장애와 비장애라는 경계를 넘어 우리의 신체, 우리의 감각을 무의 시선에서 다시 바라보고 자각해보자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장애예술주간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들을 즐기다보면, 사회가 장애를 규정하고 바라보는 관점의 가장 최전선에 와있다는 느낌이 든다. 해답은 아마도 표현과 예술에 있는 듯하다. 역사적, 사회적, 제도적, 신체적인 여러 편견에 어지럽힌 관점이 아니라 독립된 인간으로서 다양한 경험의 이해와 감각의 확장, 문화적 다양성 차원에서 조금 더 명확하게 장애 담론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예술에서의 능동적 표현, 소통과 언어의 새로운 차원에 대한 미학적인 고민도 함께 담고 있다. 새로운 인사이트와 예술적 경험을 경험하고 싶은 예술 애호가들이라면 단연 반길 축제다. 



코로나 19가 세상에 큰 벽을 만든 2020년에 시작된 행사라 그런지 온오프라인의 비중이 비등하게 분배되어 안정적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필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디자인 전시 <말은 쉽게 오지 않는다 Word Don’t come Easy>와 전시퍼포먼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관람했다. 



온라인으로는 해외 동향을 살펴보고 싶어  탭톡 세션 중 첫번째로 진행된 <해외 장애예술 동향 소개 : 영국 그레이아이 시어터 컴퍼니>을 시청하였으며 소설가 김초엽의 세션 <시각예술 심포지엄: 아름다움을 감각하는 다른 방법들>과 미학 연구자 이토 아사 교수의 <시각예술 심포지엄: 눈이 보이지 않는 이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를 통해 다양한 접근성과 미학의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국내 및 해외에서 활동하며 무용음성해설을 도입한 고블린 파티의 댄스필름 <원><옛날 옛적에>를 각각 음성해설, 화면해설 버전으로 감상하며 예술을 소비하는 다양한 방식을 체험해보았다. 


이번 리뷰에서는 다양한 행사 가운데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진행된 전시 퍼포먼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Encounter> 은 설치 미술 작가, 사운드 디자이너, 미디어 아티스트, 무용가가 모여 구성한 전시로 타인과 타인이 처음 만난 시점으로 돌아가서 ‘소통'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세계를 자신의 모국어로 감각한다. 감각의 표현은 일반적으로 말과 글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1차적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전시는 ‘아무것도 없던 태초에 우리가 만났다면, 그때의 느낌을 어떻게 전했을까?’ 라는 동화 속으로 우리를 위치해놓는다. 지금이야 국가로 사람을 나누지만, 지구 반대 편에 있는 사람과 내가 태초에 만났더라면 각자의 언어로 인사를 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본, 신체의 무언가를 이용해서 서로의 감정을 나눴을 것이다. 이 때의 우리의 언어는 눈빛, 몸짓, 촉감, 울림이 될 수 있다. 그 무엇이든,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언어든 공통점은 모든 표현은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공간은 류한길의 <80-200Hz>에서의 파동으로 우리의 청각을 자극한다. 이 파동은 청인과 농인이 동일하게 인지할 수 있는 주파수 영역대에서 실험한 사운드이다. 나에겐 같은 진동으로 느껴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다채로운 음악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나는 이 공간에서 다른 소리를 느끼고 다른 상상과 다른 마음을 가질 누군가를 상상하게 된다. 다른 이의 상상과 마음을 떠올리는 일, 그것이 결국은 소통과 이해의 시작이 아닐까. 



행사의 태제인 ‘무장애 No Limits’ 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신체적 장애라는 의식의 Limits에서 벗어나라는 뜻이기도 할 것 같다. 김혜란의 <유랑하는 언어>는 우리를 시간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모니터 앞에 서면 아무런 의미가 없던 나의 몸짓이 기계에게 인식되어 조선시대 춘앵무에서는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해독해준다. 현대의 내가 짓은 어떤 일상의 몸짓이 시간을 넘어 조선시대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보내는 몸짓, 인사를 보내는 몸짓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 살지 않은 순간의 문화를 공감할 수 없다는 것. 그것 또한 어쩌면 감각의 제약이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드러나지 않은 비장애인의 장애가 아닐까 그런 생각에 감히 잠기게 되는 작품들이다. 농인인 무용가 안정우의 퍼포먼스 <마주 안녕>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모든 작품들을 포괄한다. 설치미술가 이원우의 <댄싱 파트너>는 안정우의 태초에 처음 만난 이, 안녕을 건낼 이들이 된다. 안정우는 퍼포먼스 동안 공간을 누비고 사물을 만지며 공감각적 경험의 느낌을 움직임이라는 언어로 보여준다. 사람의 몸을 통한 움직임은 그야말로 경계가 없다. 번역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안정우는 궁중무보와 수어를 활용하여 언어를 몸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안정우 개인의 인생을 지탱해온 시간과 감각을 관객과 나누고 관객과의 컨택을 통해 전시장을 그 순간 하나의 세계로 만드는 순간을 제시한다. 



퍼포먼스가 끝난 후 나는 열린 감각을 유지한채로 <댄싱 파트너>들을 천천히 감상했다. 나의 경우에는 눈을 감고 감각을 시도했는데, 눈이 감기니 촉각과 청각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분산되어 있던 감각이 하나의 빛으로 모여 크게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미세한 바람의 느낌, 조금씩 어긋나는 진동들, 댄싱파트너들의 소재가 바뀌는 이음새 등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비장애인, 장애인 할 것 없이 우리는 사람마다 경계를 두고 산다. 장애인이라고 다 같은 시각과 감정과 관점을 갖고 있지 않고, 비장애인 역시 그렇다. 그러나 단순한 상상과 마음 가짐으로 나를 둘러쌌던 유리벽을 잠시만 치워본다면 새로운 관점과 감각이 깨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감각 뿐만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갇혀 더이상 발전될 수 없다고 느낄 때, 확장될 여지가 없다고 느낄 때 나는 이 전시가 나에게 던진 질문을 다시 던질 것이다. 


“태초에 이 순간을, 혹은 이 사람을 마주한다면?” 


모든 것이 안 풀릴 땐, 초심을 떠올려보라 하듯이. 태초로 돌아가보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벽들을 거둬내고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런 편견 없이 아무런 제약 없이 ‘안녕' 이라는 접촉을 위한 눈빛과 손짓, 체온을 나눠줄 것이다. 아무것도 없다면, 서로 싫어하지 않고 긍정해보려는 시도부터 일어날 것이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었던 무장애예술주간은 지금도 온라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비록 전시와 퍼포먼스를 직접 보지는 못하겠지만 참여 작가들과 기획자들의 상세한 코멘터리를 만나볼 수 있고,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다양한 예술의 학문적 논의와 현재의 담론을 담은 탭톡들도 시청할 수 있다. 아래 영상이 업로드 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밖에도 다양한 장애 예술 전반의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니 다양한 감각 세계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예술가라면 이 곳에서 새로운 창작의 시초를 찾아봐도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3DBZGt8Ag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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