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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여신 프리신디
Jan 05. 2024
프리랜서 아나운서, 낭독으로 먹고살기
고막여신 프리신디의 낭독이야기 / 오늘, 낭독
안녕하세요. 고막여신 프리신디입니다.
저는 올해로 22년 차 프리랜서 아나운서입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로 가득했던 그 시절 저에게는 아나운서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시작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아나운서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늘 프리랜서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늘 불안한 삶이었고 한편으로 보면 그 어렵다는 방송일을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는 저만의 매력이 있다고 해야겠죠.
지방 케이블 아나운서로 시작해 지역 mbc를 거쳐 상암 mbc에 들어가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일이 힘들다기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신기하게도 감사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처음 케이블에서 아나운서를 시작하고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제 의지와 상관없이 회사를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됐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던 곳을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때 그 시간들이 저에게 많은 배움을 줬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장 출근할 곳이 없다는 허전함과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와 같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저를 아껴주셨던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갖고 있던 타이틀을 내려놓는 순간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다시 방송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바로 지역 mbc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감사할 일이죠. 저는 늘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tv며 라디오 방송을 이어오다 mbc가 여의도에서 상암으로 이전하는 타이밍에 저도 운 좋게 아침뉴스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mbc에 첫 출근을 하면서 속으로 다짐했죠.
'내일 당장 이곳을 다니지 못하게 되더라도 절대 미련을 갖지 말라.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즐기자'
제가 선택하고 그만둘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날이 오면 덜 상처받기 위한 저만의 방패를 만드는 거였죠. 사실 첫 출근이 아니라 매일 아침 출근하며 속으로 다짐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런저런 일로 mbc에서도 더 이상 일을 함께 할 수 없게 되고 저는 현장에서 더 많은 일들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많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민들이 시작됐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이 급속도로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는 건 아닌지,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닌지, 언제까지 불러줄 때까지만 기다려야 하는 건지... 당장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오다 노후를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불안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똥이 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남편 흉을 보기도 하고 누가 봐도 불안해 보이는 사람이었죠. 그 시절 미래에 대한 불안과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 가지가 겹쳤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제일 좋아하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아주 깊이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처음으로 가졌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목소리라는 달란트가 있었습니다. 학벌이 좋지 않은 제가 지금의 있을 수 있었던 이유도 단 한 가지입니다. 저의 목소리입니다. 신뢰감을 주고 안정된 목소리!!
그리고 기억을 떠올려 보면 저는 어릴 때부터 말하기를 좋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도 카세트테이프에 목소리를 녹음해서 혼자 라디오 dj이 흉내를 내기도 했죠. 맞습니다. 저는 낭독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매력적인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목소리를 정말 사랑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낭독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전보나 낭독에 집중하고 제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낭독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나를 불러주기를 바라지 않고 스스로가 콘텐츠가 되기로 결심은 한 거죠!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제 인생이 이제 시작인데 여기서 포기란 있을 수 없죠. 낭독으로 새 삶을 시작합니다. 낭독을 하다 보면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마음의 치유가 된다고 합니다. 고막 여신 프리신디라는 닉네임에 어울리게 언제나 힐링 되는 낭독으로 여러분과 함께할게요. 앞으로도 고막여신 프리신디의 낭독으로 먹고살기 이야기도 기대 많이 해주시고요~ 두서없는 글이지만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