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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민형 Mar 21. 2024

모던한의사를 알리자, 한의원을 홍보하자



한의원 홍보는 늘 고민입니다. 


2013년에 한의원을 시작해서, 햇수로 12년째 한의원 진료를 하고 있지만, 어떻게 홍보를 해야할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어렴풋이 알것 같기도 하지만, 정말 이렇게 해도 될까, 두려움이 먼저 앞섭니다. 저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는게 쉽지 않습니다. 유튜브를 켜면 모두가 최고이고 비법을 알고 있다며, 자칭 신의 한수’들’이 넘쳐나지만, 저의 마음은 소심해서 그 무리에 동참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한’ 수를 왜 이렇게 남발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제대로 된 홍보 없이 한의원 문을 닫지 않은 건 정말 행운입니다. 2013년 9월 한의원을 오픈했습니다. 한의원 창문에 현수막 딱 한개만 달았죠. 정말 어이없게도 내심 기대했습니다. 손님이 너무 많으면 어떡하지? 첫날 딱 2명, 그리고 2주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나를 알고 찾아올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전단지를 돌렸습니다. 이제서야 환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아, 홍보를 해야 되는구나.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한의사로서 의지는 넘쳤지만 내용은 없었습니다. 당연하죠. 저는 아직 20대였거든요. 다른 한의원들은 병원 홍보 전문 업체들에 맡기는 것 같았습니다. 홍보 업체는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20대인 덕택에 무지만이 아니라 고집도 강했습니다. 어린 시선에 상업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세울것 하나 없는 젊은 한의사를 꽤나 있어보이게 포장해서 동네방네 알리는 전문가들인데 말이죠. 



제가 선택한 홍보 방법은 글입니다. 


새내기 한의사로서 나름 사명감이 넘쳤습니다. 멋진 글로 생각을 전달한다면 고상한 이미지가 따라올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젊음의 패기였겠죠. 그 당시 육아 전문가들과 부모님들이 글을 쓰던 한겨레신문 베이비트리에 연락을 했고, 다행히 양선아 기자님과 인연이 되어 필진으로 참여했습니다. 


첫 글의 주제를 기자님과 열심히 고민했고, 열이 나서 오한이 날 때 이불을 덮으라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어릴 적 파파증후군으로 고열로 힘들었던 제 경험과 한의학 이론을 함께 실어낸 야심작이었죠. 하지만 기대와 달리 무참히 깨졌습니다. 저의 글이 의사 선생님들의 커뮤니티에 공유되어 집단 린치를 당했거든요. 아마도 저의 글에 빌미가 있었겠지만, 그저 인신 공격만이 난무했습니다. 생각이 다르면 토론을 하면 될 텐데요.       


이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볼게요. 아이가 열이 오르면 부모님은 옷을 벗겨 열을 떨어뜨리려 합니다. 때로 미온수 마사지로 몸을 닦기도 합니다. 그럼 아이는 추워하죠. 소스라치게 거부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발열 초기에는 시상하부의 체온 중추에서 설정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오한이 들어 춥습니다. 여기서 외부 환경을 춥게 만든다 해도, 두뇌의 설정 온도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열은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춥습니다. 그래서 살짝 이불을 덮어 추운 아이를 덜 힘들게 해줘야 합니다. 이불을 덮는다고 두뇌의 설정 체온이 더 오르지는 않습니다. 체온은 설정 체온까지만 오르거든요. 발열로 오한이 들면 아이는 이불을 끌어 안습니다. 저 역시 어릴 적에 고열이 오를 때마다 그랬습니다. 최근 전세계 전문가들이 만든 발열 진료 지침에서도, 열이 날때 옷을 벗기거나 과하게 옷을 입히지 말고, 미온수마사지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추천합니다.   


저는 나름 레퍼런스 체크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표현 방식이 서툴렀나 봅니다. 발열에 대한 진료 지침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부터, 심지어 열성 경련 예방을 위해 해열제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자칭’ 응급의학과 교수님도 있었습니다. 해열제는 열성 경련 예방 효과가 없다고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정말 응급실에는 저런 교수님이 있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첫 글의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습니다. 이후에도 한두 차례 의사 선생님들과 논쟁이 있었지만, 왜인지 저에게 시비를 거는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의학 지식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논쟁을 피하고 싶어, 글을 더 고민하고 신중하게 썼습니다. 미진한 필력에 차츰 내공이 쌓이고 다행히 여러 인연이 닿아, EBS에서 <한방소아과 육아대백과>를 출간했고, 이후에 <잘 아파야 건강한 아이>, <우리 아이 체질 면역>까지 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며칠 전에는 자주 다니는 도서관 신착 도서 코너에서 저의 책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저의 눈동자는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씨앗처럼 방황했습니다. 이렇게 세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습니다. 



마케팅 방법에 대한 고민들 


10년 동안 글만 쓰고 있진 않았습니다. 글을 바탕으로 저를 알리고자 노력했고, 마케팅 방법에 대한 여러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때로 홍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성에 차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저는 단숨에 유명해지는 마법같은 방법을 기대했고, 돌이켜보면 그건 홍보가 아닌 사기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신출내기 한의사가 글을 몇 개 썼다고 내세울 경력이 채워지는 건 아니었겠죠. 마케팅에 대한 몇 가지 경험을 짧게 적어볼게요. 


6~7년 전 남들이 하는 병원 마케팅을 해볼까 싶어 업체를 소개받아 몇 달 동안 진행했습니다. 저의 이야기와 고민을 경청해주신 업체 대표님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먼저 청담동 미용실에 데려가 메이크업을 받고 프로필 사진을 찍었습니다. 블로그 관리와 전단지 홍보, 이런저런 광고 기획들이 나왔지만, 아무래도 저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그만두었습니다. 남들이 만든 병원 마케팅 공식에 저를 억지로 끼워넣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복사(Ctr-C), 붙여넣기(Ctr-V) 랄까요? 몇 개월 사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블로그 글들과 전단지, 프로필 사진은 이후에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직접 마케팅을 조금은 배워보자는 생각에, 코로나 이전 문토에서 진행했던 마케팅 전문가들의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모임에서 인연이 닿은 마케터 분에게 홍보를 부탁드렸고, 브랜딩을 함께 진행하며 랜딩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그 때까진 한의원 홈페이지조차 없었거든요. 마케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의 여러 생각들을 알기 쉽게 잘 정리해서 브랜드로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브랜딩은 이야기를 정리하는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저에게는 이야기가 부족했습니다. 마케팅이 화려한 포장이라면, 그 속에 넣을 알맹이가 먼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글을 썼습니다.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 천천히 글을 쓰며 세번째 책을 집필했습니다. 여러번 퇴고를 거듭하며 글을 다듬었고, 처음 분량보다 두 배가 늘어난 꽤 큰 볼륨의 <우리 아이 체질 면역>을 완성했습니다. 책의 출판 과정까지 여러 우여 곡절이 있었지만, 봄날의 공원에서 강아지와 함께 햇살을 받으며 매일 조금씩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책을 쓰면서 저의 이야기도 함께 채워졌습니다. 한의사로서 진료와 치료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차츰 저만의 일관된 방향을 잡았습니다. 저만의 이야기처럼 아이들에게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이마다 다른 체질을 천천히 주의깊게 파악해서,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는게, 저의 역할이고 한의학의 장점입니다. 결국 홍보에 대한 고민은 글로 시작해서 글로 끝났습니다.     



본격적인 홍보는 이제 시작입니다.           


이제는 제대로 된 홍보를 해보려 합니다. 거칠던 패기만 가득하던 연필 끝이 조금은 다듬어져 저만의 이야기를 써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순간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상보다 저와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 디자인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홈페이지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들며 한의원의 여러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았습니다. 


제법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알려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한의원에 오신 부모님들의 소개만으로 홍보가 이루어졌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합니다. 일단 전단지 홍보, 인스타 광고 정도로 가볍게 시작해볼거에요. 마케팅이 마법은 아니니깐요. 늘 그랬듯이 천천히 한걸음씩, 제가 할 수 있는 능력과 범위 안에서, 차근차근 진행하려 합니다. 어릴 때 상상했던 것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저만의 색깔로 채워진 브랜드가, 꼭 저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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