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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동(廟洞)

-소월삼대목 68-

by 김병주

입구도 없이 출구만 넘쳐나는

하지부동 홀수의 생경한 분위기

사직에 들지 못한 풍각쟁이들이

탑을 돌며 홀로서기를 꿈꾸며 빵을 짓밟는

빛나는 돌들 뒤로 사람이 숨는 땅에

경험한 적 없는 야장을 찾아온 청년의 국부를

화장실 어슬렁대는 노인이 훔쳐보고

우거지국밥 먹던 가객이 떠난 골목에

머리부터 꼬리까지 앞으로 꼬구라진 노인

추레하다 못해 뒤집어엎은 눈으로

웃다가 일그러진 얼굴로 청년을 향해

“언니 같이 놀다 가” 소리치는 가을

언니도 가객도 될 수 없는 청년

부리나케 도망가는 단성사 방면으로

담배 연기 국밥집 연기 뒤섞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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