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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1

-소월삼대목 71-

by 김병주

내 안에 내가 없어

나와 닮은 조각들을 주워 나를 채우다 보니

내가 아닌 내가 너무나 많아졌다

그 탓에 내 안에 네가 없어

너와 닮은 나의 조각들로 네 모습을 채워보아도

점점 네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내가 따라 하는 너의 말은 늘 가운데가 어그러져

그것을 고쳐나가다 원래의 뜻을 잃곤 한다

내가 고쳐나간 나의 말은 바라는 바가 끝까지 차올라

제 모습을 유지 못 한 채 산산이 조각나곤 했다


내가 바라는 너는 네가 아니었다가 네가 된다

네가 바라는 내 모습을 나는 다시금 주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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