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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삼대목 73-

by 김병주

이 근처의 지붕들은

같은 흐린 하늘을 이고

서로 가까이

창을 맞대며 살아간다

아궁이 지펴지는 방마다

오래 앓던 산이

문간 넘어 들어서고

헐벗은 불빛들 그 아래

하나둘 숨 쉬는 겨울밤

밭이랑에 아로새긴

누군가의 생이

한층 더 깊어가는 소리도

나지막이 잦아들고

그때마다 눈이 오며

선한 달빛이 비치며

산자락이 밝게 덮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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