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77-
물은 강을 거슬러 흐른다
가쁜 숨 꼭대기에 주변을 둘러봐도
붙잡을 것 하나 없이
아래로 아래로 강은 꾸역꾸역 토하고
서로 짓누르고 고함치며
물은 자꾸 내몰린다
참을 수 없이 무심한 절벽 가장자리
기를 쓰며 붙들어봐도
서로 밀치고 아귀다툼하다
한 덩이로 엮여 내동댕이쳐지며
바위에 으스러지고
공중에 깔리고
지레 놀라 나자빠지고
또 거대한 비명으로 떨어져
숨 쉬었던 흔적도 없이 깨어지며
소리로 소리를 집어삼키는 폭포
아래를 유유히 흐르는 것은
더 이상 물이 아니라 선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