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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소월삼대목 79-

by 김병주

거울을 볼 때마다 수선화가 되고 싶다

흰나비 허리에 초승달을 좇던

수면 위의 남자는 독을 품었다

자신이 바라는 것 자신에게 없기를

가엾게도 그대로 바라고 있다

거울 뒤편 무쇠 속으로 사라진 그의 자리

땅 밑에도 곁에도 가끔은 하늘에도

조금의 물기가 배어 있어

자욱한 먹장구름의 뿌리를 살찌운다


그러나 바라는 일 목숨보다 질겨

몇 번이고 돌아와 속 끓일 사람 떠올리면

이 지난한 봄도 지나 더 늦기 전에

가서 해바라기와 개나리 같은 노란 꽃들 그러하듯

해를 향해 고개 꼿꼿이 세우는 대신

조금은 부끄러워 고개 숙인 채로

그대로 눈 감고 숨을 거두고 싶다

가서 파도치는 미움을 미련 없이

고독의 알뿌리로 바꾸어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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