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83-
변주곡-답시
밀물에 해변으로 밀려온 고래
제 무게에 짓눌려 숨을 헐떡인다
장화 잃은 고래의 얼굴은 숯빛
달이 찬 날숨이 모래를 끓인다
물이 마르면 들숨만 고이다가
담아둔 썰물이 터져 나올 것이다
고래 눈꺼풀을 주머니에 담다가
신발부터 소매까지 소금을 먹는다
성냥 하나 켠 채 바라보는 고래
시선도 숨결도 모래사장에 떨어져 섞이고
건네지 못한 말이 소지(小指)에 걸린다
남은 성냥 모두 고래 머리맡에 두고
밀려드는 더딘 파도 모래로부터 구할 것처럼
뒤늦게나마 다가가 춤을 춰본다
때가 탄 두 조각 발자국 물에 불고
고래 뱃속에 다시 불이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