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때 사람이 태어나면 하나쯤은 업적을 남겨야 한다고 굳게 믿었어요. 그것이 인생의 자연스러운 방향이자 가치 있는 삶의 증명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믿음은 저를 끊임없이 성장과 발전으로 이끌었어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사소하고 대단치 않게 보일지라도, 그것은 결국 나중에 큰일을 이루기 위한 준비라고 여겼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아도 괜찮아. 중요한 건 미래에 내 노력이 인정받을 거라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갔어요. 제게 있어서 현재란, 오로지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를 견디며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어요. 내가 생각했던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더 높은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믿었어요. 나름의 성과를 이룬 순간에도 만족보다는 부족함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더 노력해야 해. 더 커져야 해." 그렇게 끊임없이 높은 곳을 바라보며 달려갔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과연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애쓰고 있는지조차 모호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도 저는 계속 달렸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태어나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다면, 그 인생은 허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속에서 질문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이토록 열망하는 업적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이루면 과연 나는 행복해질까?" 이런 질문들은 제가 외면해 왔던 진실을 서서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돌아보니, 제가 그렇게 사소하게 여겼던 지금 이 순간들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것이었어요. 제가 무심히 흘려보낸 일상 속의 작은 일들이 결국은 내 삶을 이루고 있었던 거예요. 누군가와 나누는 짧은 대화,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들,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주는 작은 배려와 진심. 이런 것들이 내가 간과했던 진정한 삶의 가치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내 삶이 하찮아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얼마나 진심으로 임하고, 주변을 돌보고, 나 자신을 다듬어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이 깨달음은 제게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왜 나는 미래에만 집착하며 살았을까? 왜 나는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중요한 건 미래의 업적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온전히 하는 것인데, 왜 나는 그렇게 그것을 무시했을까?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그렇게 멀리서 찾으려 했던 성장과 발전은 사실 지금 이 순간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어요.
삶은 미래의 거창한 목표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소소한 순간들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사람은 큰일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아요. 지금 내가 하는 작은 일이 내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더 이상 미래의 업적에 나의 모든 가치를 걸지 않으려 합니다. 오히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그 순간들을 쌓아 나가는 것이 진정한 삶의 방식이라는 걸 믿게 되었어요.
이제는 내가 멀리만 바라보던 목표를 잠시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내 주변의 사람들과 웃음을 나누는 일, 내가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태도, 그리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일임을 알았으니까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꿈꿔왔던 모습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어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들이 이미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의 증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