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파이 May 30. 2024

어디서 맛있는 냄새 안 나요?

어떤 향을 갖고 계신가요?

지난주 어느 날 우체국에 들렀다.

단골손님의 호두파이 택배를 부치기 위해서였다.


늘 하던 대로 박스포장을 하고 번호표를 뽑아 접수대 근처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우체국 직원들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맛있는 냄새 안 나?"


"그지? 빵냄새인 거 같은데?"


"뭐지? 어디서 나는 거야? 아~배고파~"


호두파이 택배지만 파손될까 봐 몇 겹이나 포장한 택배박스에서 빵 냄새가 날리는 만무 했다.

그 빵 냄새의 범인은 바로 나.


하루종일 파이집에서 각종 파이를 구워대는 내 온몸에서 풍기는 진한 파이 냄새였다. 잽싸게 택배 결제를 하고 후다닥 우체국에서 벗어났다.


아침저녁으로 샤워를 해도 파이집에서 일하고 나면 머리카락에도 옷에도 온통 파이냄새가 배어든다.

마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치킨을 배달하는 배달 기사님을 마주쳤을 때 같은 곤혹스러움일까. 식욕을 자극하는 향을 풍기는 파이집주인이다.


파이집에 대목시즌이 있다. 그럴 땐 하루 12시간 넘게 파이를 구워대다 녹초가 되어 집에 귀가하곤 한다. 밤늦은 시간 귀가하는 엄마가 들어설 때 얼마나 파이 냄새를 풍기는지 아이들은 킁킁 거리며 다가온다.


"와~오늘 엄마 돈 많이 벌었나 봐! 파이 냄새 장난 아니야~!"


우리 집에선 파이 냄새가 돈 냄새인가 보다.

어디 가서 딴짓도 못하겠다. 파이 냄새를 풍기지 않고서는 바로 적발될 테니.


빵냄새가 나는 향수가 있다고 한다. 핸드크림 중에도 빵냄새가 나는 향이 있다고도 들었다.

특별히 돈 주고 사지 않아도 자연 빵 향수를 온몸에 뿌리고 다니는 셈이니 나쁘지 않다. 허기를 자극 하긴 해도 불쾌한 향은 아니니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의와 무례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