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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파이 Jun 21. 2024

아빠와 딸 그리고 호두파이

일상의 감사함

며칠 전, 나이가 지긋하신 한 남자손님이 전화로 호두파이를 주문 주셨다.

보통의 남자 손님들과 다르게 굉장히 꼼꼼히 포장과 담아갈 봉투에 대해 문의를 하셨다.

중요한 선물인데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안 망가지지 않겠냐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비닐백으로도 문제는 없겠지만, 손님이 염려를 많이 하셔서 기본 비닐백 대신 판매하는 종이가방을 그냥 서비스로 드릴 테니 거기에 담아 가시면 괜찮으실 거라고 안심시켜 드렸다.


파이를 수령하러 오신 어제, 결제를 도와드리며 스몰토크로 어디 멀리 갖고 가시냐고 여쭤봤다.

서울에서 친구들 모임을 하는데 선물로 갖고 가신다고 하셨다.

이번에 따님이 결혼을 하게 돼서 친구들을 결혼식에 초대도 하고 미리 감사선물로 호두파이를 하나씩 나눠주실 거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오늘은 술을 많이 마시게 될 것 같아서 지하철로 이동하는데 귀한 선물이 망가질까 봐 걱정이 되셨단다.


그러면서 덧붙이시길 평소에 아빠가 호두파이를 좋아해서 따님이 그동안 여기저기서 호두파이를 자주  드렸단다.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호두파이집에서도 사 오고, 백화점에서도 사 오고...

근데 손님 입맛에는 우리 파이집 호두파이가 가장 맛있어서 일부러 어딘지 찾아서 주문을 하셨다고 말씀해 주셨다.


어쩌면 평범하게 지나갈 주문이었는데 감사한 말씀을 들었다.

아빠와 딸이 서로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전해져서 동네 파이집 주인의 마음도 몽글몽글해졌다.


어쩐지 요즘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는데 새롭게 마음을 고쳐먹어 본다.

평범한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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