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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CHOI Apr 25. 2024

북촌 한옥 마을 : 잊어야 하는 기억

사진 에세이



5월 무렵


하늘이 매우 청명하고 좋은 날 그녀와 함께 북촌 한옥마을을 갔다. 오후 두 시쯤 가서일까? 사람이 별로 없었다. 조용하고 아늑하게 둘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치 일대 지역을 대관한 것처럼 사람이 없었다.


그날 그녀는 블랙진 청바지에 실크 원단 재질의 파란색 셔츠를 입었다. 셔츠 소매는 팔목이 살짝 보일 정도로 걷어 올린 상태였고, 손바닥 두 배 크기의 숄더백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어깨 라인 살짝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생머리는 그날 유독 그녀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해 주었다.


나는 그녀의 손 잡는 것을 좋아했다. 나와 손가락 길이가 1cm 정도 차이나는 그녀의 손과 깍지를 꼈을 때 느낌이 좋았다. 마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끼워 넣은 것처럼 나의 손에 착 달라붙는 낌이 좋았다. 그 누구도 대체될 수 없는 절대적인 그녀의 손을 잡고 북촌한올마을을 거닐었다. 바람은 머리카락이 가볍게 움직일 정도로 불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날에 불과했지만,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길을 거닐다가 서로 껴안기도 하고,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하지만, 그녀와의 한옥마을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한옥마을을 갈 때마다 그녀가 떠오르지 않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수년간의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모두 잘 지내고 있다고 믿는다. 나도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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