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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CHOI Apr 30. 2024

서울타워 : 뜻하지 않은 등산

사진에세이


3월 



해방촌에서 충동적으로 서울타워에 가자고 했다. 


잘 차려입은 여자 둘은 어리둥절했지만, 딱히 카페에서 나와 할 것이 없었던 우리는 서울타워로 올라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올라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계단이 있는 코스가 아닌, 산 길 위로 올라가는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산 길로 나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초입길에는 그냥 둘레길 산책하는 느낌으로 걸었다. 하지만 점점 올라갈수록 이거 산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둘레길에서 산이 되어 가는 거지? 뭔가 이상한데... 


여자 둘은 왜 지금 우리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등산을 하고 있는 거냐며 나에게 핀잔을 줬다. 나도 왜 갑자기 등산행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안했다. 내가 이 길로 오자고 했기 때문이다. 




잘 차려입고 등산하고 있는 그들...


"야 이거 뭐냐고"


여자 둘은 계속 등산하고 있는 현실이 웃기는지 계속 웃으면서 어안이 벙벙한 채로 나를 원망했다. 


"얼마나 좋아. 서울에 이런 등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평소에 산 안 가지? 어? 안 가봤지? 즐기자 즐겨"


"너나 즐겨"


솔직히 내심 미안했다. 서울 해방촌 핫플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먹고, 카페를 가고 등산이라... 나도 이럴 줄은 몰랐다. 등산하면서 내려오시는 아저씨들이 우리를 재밌게 보셨다. 


"이거 좀 더 올라가셔야 할 텐데? 허허허"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시간이 걸렸다. 


올라갈 땐 날이 밝았었는데, 서울타워 도착할 때쯤엔 해는 서쪽 끝 어딘가에서 자취를 감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등산을 했지만, 우린 그래도 즐겁게 대화하면서 산을 올랐다. 


보랏빛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하늘색이었다. 사실, 등산복도 아닌 잘 차려입은 옷을 입고 등산하는 것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고생 끝에 보람이 온다는 공식은 진리처럼 너무나 예쁜 하늘 아래 서울 도시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모두 우수에 찬 눈을 통해 조금은 감성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늘은 언제나 하얀색 캔버스와 같다. 어떤 색이든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도 하얀색 캔버스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하늘의 색은 누군가 의도한 색이 아닌, 우연과 기온, 습도 등에 따른 변화무쌍한 자연 현상일 있겠지만, 우리는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때론 생각지도 못한 어려운 상황에 처하건, 철저한 계획에 따른 과정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하거나 낙심하게 되고 주저앉는다면, 우린 그대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긍정의 색을 우리 마음 안에 계속 그려보자.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같이 있으면 마음 편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해 보자. 그래도 힘들고 어려운 인생 조금이나마 웃으면서 같이 힘을 내면서 산을 오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얀 캔버스가 되어보자. 

그림을 지워도 하얀색만 남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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