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지독하게 좋아하고 사랑했던 그녀와 헤어지고 난 뒤에도 우린 일 년에 한두 번은 만났다. 사람들은 이런 나의 모습을 참으로 신기하다 느꼈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에겐 신기하거나 이질적인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첫사랑과도 헤어지고 난 뒤에 이렇게 관계를 몇 년은 유지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 번에 끊어낼 수 있는가.
너무 가혹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찌질한 남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난 상관없었다. 미련이 아니라, 한때 가장 서로 좋아하고 모든 것을 내비치고 주었던 관계의 흔적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이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지내는 게 더 가혹하고 힘든 부분이었다.
마지막 만남은 서촌에서였다.
서촌 마을은 참 신기한 곳이다. 요즘 서울 시내 핫플레이스라는 곳을 가면 사람들이 넘쳐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촌은 어느 시간대에 가도 사람이 북쩍이는 느낌이 없는 곳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산하고 여유로운 서촌의 매력은 참으로 은은하게 짙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의 공통 취향 중 하나는 오래된 건물만이 주는 매력을 서로 알고 있었단 점이었다. 서로 길을 걷다가 오래된 건물을 보면 서서 자세히 본다거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그랬다. 서촌마을은 오래된 건물이 많이 있는 곳이다. 옛 모습이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는 말이 더 맞겠다. 서촌마을은 개발금지 구역이기 때문이다.
우린 수성동계곡을 지나 무무대로 향했다.
밤의 색이 짙어진 이후 우린 무무대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난 진심 어린 마음을 다 해 그녀를 위로했다. 전적으로 난 너의 편이다라는 느낌이 들게 말이다. 실제로도 난 그녀의 편이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눈도 나의 눈도 설명할 수 없는 별과 같았다.
빛나지만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별처럼 말이다.
이제는 서로 만날 수 없다. 정말 우연의 일치로 마주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남은 시간은 정말 네가 사랑해야 할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며 지내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도 너를 완전히 사랑해 주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