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세이
3월
해방촌에서 충동적으로 서울타워에 가자고 했다.
잘 차려입은 여자 둘은 어리둥절했지만, 딱히 카페에서 나와 할 것이 없었던 우리는 서울타워로 올라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올라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계단이 있는 코스가 아닌, 산 길 위로 올라가는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산 길로 나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초입길에는 그냥 둘레길 산책하는 느낌으로 걸었다. 하지만 점점 올라갈수록 이거 산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둘레길에서 산이 되어 가는 거지? 뭔가 이상한데...
여자 둘은 왜 지금 우리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등산을 하고 있는 거냐며 나에게 핀잔을 줬다. 나도 왜 갑자기 등산행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안했다. 내가 이 길로 오자고 했기 때문이다.
"야 이거 뭐냐고"
여자 둘은 계속 등산하고 있는 현실이 웃기는지 계속 웃으면서 어안이 벙벙한 채로 나를 원망했다.
"얼마나 좋아. 서울에 이런 등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평소에 산 안 가지? 어? 안 가봤지? 즐기자 즐겨"
"너나 즐겨"
솔직히 내심 미안했다. 서울 해방촌 핫플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먹고, 카페를 가고 등산이라... 나도 이럴 줄은 몰랐다. 등산하면서 내려오시는 아저씨들이 우리를 재밌게 보셨다.
"이거 좀 더 올라가셔야 할 텐데? 허허허"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시간이 걸렸다.
올라갈 땐 날이 밝았었는데, 서울타워 도착할 때쯤엔 해는 서쪽 끝 어딘가에서 자취를 감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등산을 했지만, 우린 그래도 즐겁게 대화하면서 산을 올랐다.
보랏빛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하늘색이었다. 사실, 등산복도 아닌 잘 차려입은 옷을 입고 등산하는 것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고생 끝에 보람이 온다는 공식은 진리처럼 너무나 예쁜 하늘 아래 서울 도시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모두 우수에 찬 눈을 통해 조금은 감성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늘은 언제나 하얀색 캔버스와 같다. 어떤 색이든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도 하얀색 캔버스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하늘의 색은 누군가 의도한 색이 아닌, 우연과 기온, 습도 등에 따른 변화무쌍한 자연 현상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때론 생각지도 못한 어려운 상황에 처하건, 철저한 계획에 따른 과정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하거나 낙심하게 되고 주저앉는다면, 우린 그대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긍정의 색을 우리 마음 안에 계속 그려보자.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같이 있으면 마음 편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해 보자. 그래도 힘들고 어려운 인생 조금이나마 웃으면서 같이 힘을 내면서 산을 오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얀 캔버스가 되어보자.
그림을 지워도 하얀색만 남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