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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CHOI May 01. 2024

처음으로 느낀 칭찬의 힘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굉장히 묘한 카페가 하나 있다. 



이런 작은 동네에 이런 카페가 있다니 믿을 수 없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기한 카페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이다. 옥인동의 복잡한 미로 동네?를 통과하고 나서 찾을 수 있는 그런 카페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카페를 발견하고는 정말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동네와 카페의 조화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남자 사장님이 운영을 하고 계신 곳인데, 사진작가이시기도 하다. 키도 크시고, 청바지에 갈색 부츠를 신고 계신 모습에서 예술가의 색상이 짙게 드러났다. 아울러 손님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바로 사진을 전송해 주시는 모습에서 더욱 이분이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시간이 좀 흐르자 카페엔 나와 친구 둘 뿐이었다. 친구가 사장님에게 카페가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 그것을 계기로 사장님은 서로 몇 마디 주고받았는데, 친구가 갑자기 사장님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마디 했다.  


"이 친구도 사진 찍는 거 참 좋아해요"


"오 그래요? 그럼 사진 좀 보여주실 수 있으실까요? 궁금하네요. 그냥 딱 한 장만 보여주세요!"


핸드폰 사진첩에 사진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무엇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것도 몇 장이 아닌, 딱 한 장이라니.. 그래서 사진을 찾다가 그냥 눈에 보이는 사진 하나를 건넸다. 솔직히 귀찮기도 했고, 내가 찍은 사진들은 그저 평범한 사진에 불과하다고 느꼈기에 그냥 내가 좋아하는 하늘 사진을 보여드렸다. 




"와..... 이거 진짜 너무 작품이다"

"너무 잘 찍었는데요?"


생각지도 못한 너무 큰 후한 칭찬을 해주셔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속으로 리액션이 정말 좋으신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칭찬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기 경복궁이에요?"


"경복궁을 이렇게 표현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네요. 뻔하지 않잖아. 대부분 사람들이 경복궁을 찍으면 뻔한 시야로 사진을 찍기 마련인데, 이 사진은 그렇지 않네요. 경복궁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색다른 시야인 것 같아요"


"이 사진은 솔직히 내셔널지오그래픽 타이틀로 써도 될 만한 사진인 것 같아요"


사실 여기서 더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니, 사진작가이신 분께서 아마추어도 도 아닌, 그냥 취미생활로 사진 찍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후하게 칭찬해 줄 일인가 싶었다. 칭찬이 과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정말 진심을 다해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디테일하게 칭찬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시기에 난 인생 처음으로 번아웃증후군이 왔었다. 무기력한 삶을 보내고 있었고, 잘 웃지도 않고, 감정이 점점 무뎌져가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난 칭찬에 매우 인색한 사람이었으며, 칭찬받는 것도 정말 진심으로 싫어했던 사람이었다. 오히려 비판과 질타를 원했으면 원했지, 회사에서나 어디서나 나에게 보내는 칭찬은 정말 달갑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날 카페 사장님의 칭찬이 무언가 내 마음을 위로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내 마음속 근본적인 문제를 터치한 것도 아니고, 그 누구도 나의 문제에 대해서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결단코 없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었기에 그 어떤 위로의 기대를 하지 않고 살았다. 


단순한 사진 한 장으로 이렇게 칭찬받을 일인가.


그땐 이상했다. 카페 사장님의 진심이 닮긴 열정적 칭찬이 무언가 내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전달된 건지, 기분 탓인지 잘 모르겠지만, 침체되어 있던 시기를 청산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긍정의 힘이 어느 정도 솟아오른 것이다. 


카페를 나오고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나 살면서 칭찬의 힘을 처음 느낀 것 같아"


"그래?.. 오... 다행이다. 근데, 그 사장님 진짜 칭찬 너무 잘해주시긴 하더라"


"그러니깐,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고 디테일하게 칭찬을 하시지?"


카페 사장님을 만나게 된 이후로 난 칭찬의 힘을 경험하게 됐다.


그리고 이후로 난 주변 지인들에게 칭찬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정말 디테일하고 풍부하게 칭찬하려고 노력한다. 많이 부족하긴 하겠지만, 혹시 모르지 않나? 진심 어린 과한 칭찬이 침체되어 있는 그 사람의 영혼을 살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 좋은 점이나, 비판을 하기 위해 원인 분석을 할 만큼 오랜 시간을 들여 지적 및 비판을 위한 준비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칭찬을 하기 위해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칭찬인 될지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칭찬이 인색한 시대다. 


칭찬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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