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r CHOI May 03. 2024

편의점 사장님의 말씀

평소 출근을 일찍 하다 보니 가끔씩 회사 옆 편의점에 들른다. 그 편의점은 50대로 보이는 부부가 운영을 하는 가게다. 어느 날은 남자 사장님이 카운터에 계시고, 어느 날은 여자 사장님이 카운터를 보신다. 가끔씩 편의점에 들르면 라디오에서 찬송이 흘러나온다. 기독교인이신가 보다. 아무튼 몇 년째 이용하는 편의점이다. 아르바이트생은 본 적이 없다. 계속 두 분이서 일하시는 모습만 봤다.


가게 문을 열고 고민 없이 삼각김밥 1개와 초콜릿우유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그리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 매일 아침 6:00시 오픈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오늘 남자 사장님은 청바지에 더비슈즈를 신고 스프라이트 셔츠를 바지 안으로 넣은 패션이었다. 평소에 패션감각이 그렇게 있는 분이 아니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은 뭔가 트렌디하게 입으셨다.


사장님이 계산 전에 한 말씀 건네셨다.


"몇 년 동안 꾸준하게 회사를 다니시는 것 같네요. 제가 이 편의점 그래도 5년째인데 계속 종종 보내요"


"아.. 네네 그러게요. 저도 사장님 오래 본 것 같은데, 오래 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죠 편의점 일이란 게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어서, 오픈하고 좀만 버티면 쉽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편의점 운영에 대해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근데 요즘 사람들이 끈기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사실 편의점도 2년~3년 정도만 버티면 그 이후로는 수익이 되거든요.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죠. 근데 그 2년을 못 참고, 폐점하고... 비단 편의점뿐만 아니라 여러 자영업자들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꾸준하게 하는 일관성이 참으로 중요해요. 근데 가장 기초적인 것이지만, 이상하게 기초적인 부분이 항상 지루하고, 못 견딜 만큼의 인내력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좀 신기하죠? 가장 기본적인데 역설적으로 가장 이루기 힘든.. 하하"


예상치 못한 대화 시간으로 시계를 몇 번 보았다. 예의가 아니라 생각이 들었지만,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라 시간에 자유로울 수 없는 몸, 하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기에 사장님의 말에 맞장구치면서 최대한 경청하였다.


사장님 말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별다른 의견은 없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무조건 2~3년 버틴다고 해서 그 이후는 예쁜 꽃이 개화하듯 인생에 장미가 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란 점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꾸준하게 했는데도, 안 될 순 있죠. 하지만, 꾸준하게 무언가를 계속하거나 일관성을 훈련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면 분명 훗날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 근데, 사장님 가게에는 아르바이트생을 못 본 것 같은데, 고용하진 않으시는 건가요?"


"하하... 일관성 없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무슨 요즘 자영업자들 아르바이트생들 관리가 힘들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힘든 게 아니라, 아예 관리가 안 돼요.... 그냥 혼자 하는 게 낫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 있는 게 가장 좋겠죠. 근데 그런 사람 만날 확률이 너무 희박해요"


일관성은 꾸준함이다.


꾸준함은 너무나 어렵다. 꾸준함과 일관성이 뒷받침 돼야 무언가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편의점 사장님이 말씀하셨던 2~3년간의 버티기, 그것은 일관성과 꾸준함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사장님도 2~3년 간 수많은 의심과 불안이 찾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미래에 대한 불안한 예측은 하지 않기와, 지금 오늘 내가 하기로 한 일이 있다면 그냥 하면 되는 거라고 했다.


나에게도 일관성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게으름에 사로잡혀 일관성의 힘이 꺾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는 힘을 계속 기르다 보면 그것이 어느새 일관성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술 작가인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시간으로 그리는 거야...매일매일“



작가의 이전글 처음으로 느낀 칭찬의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