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6 데이트: 화상 손만두-안밀-위키드 포굿
나는 며칠 전부터 화상 손만두에 가고 싶었다. 저번에 먹었던 만두도 맛있었고 가지튀김도 생각이 많이 났다. 화상 손만두는 짜장면을 팔지 않는 중식당이다. 중화요리를 전문으로 만들어 팔고 들어가면 고량주가 많이 놓여 있다. 우리는 5시에 갔는데 운이 좋아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포장 주문도 많고 대기도 밖에 많았다. 나는 메뉴 주문을 보통 남자친구에게 맡기고 따르는 성격이라서 이번에도 주문을 남자친구가 알아서 했다. 마파두부와 탕수육, 가지튀김을 주문했다.
남자친구가 마파두부를 주문한다고 해서 밥이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딱히 마파두부를 좋아하지는 않고, 요릿집에 와서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9000원이었는데 마파두부가 나오자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양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한 대접에 마파두부와 밥이 놓여 있었다. 어, 이거 다 먹을 수 있을 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파두부의 맛은 무척 좋았다. 중국의 매운 고추기름이 들어간 것 같았다. 중국 향신료 향이 났는데 그게 좋았다. 적당히 매콤하고 향기로웠다. 칼칼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했다. 소스 맛이 무척 좋았고 두부도 그런 소스 안에 들어 있으니 왠지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 다음에 나온 탕수육은 소스를 잔뜩 부어 나왔는데도 튀김 껍질이 고소하고 바삭했다. 쫀득쫀득 하기도 하고 씹는 맛이 좋았다. 탕수육 소스에서도 독특한 향이 퍼져나왔다. 나는 중국에 갔을 때 향신료가 너무 세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적당히 한국식으로 향신료를 쓴 것은 참 맛있고 독특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먹고 싶었던 가지튀김이 나왔다. 역시 맛이 좋았다. 톡 터지는 것처럼 매콤하고 닭강정처럼 단 맛도 섞여 있다. 그 안에 가지는 엄청 부드럽다. 튀김옷 부분은 아삭아삭 쫀득쫀득 씹히는데 속에 가지는 찐 것처럼 흐물흐물 하지는 않고 튀겨서 적당히 단단하다. 그리고 그걸 입 속에 넣으면 후루루 녹아든다.
맛있는 식사를 같이 해서 좋았다. 우리는 그 다음에 내가 안밀에 가고 싶다고 해서 안밀로 걸어갔다. 안밀로 가는 길에 공사하는 건물이 보여서 설마 사라진 건 아니겠지 하고 당황했지만, 그 다음 건물에 안밀이 있었다. 안밀은 분위기가 굉장히 좋은 카페이다. 일단 유리로 된 엄청 넓은 문을 손으로 밀어서 360도 회전시키듯이 하고 들어간다. 그러고 나면 꽤 어두침침한 카페가 등장하는데 미술관 같다. 건조된 식물도 있고 회색으로 깔끔하게 한 인테리어는 고요한 전시회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나오는 노래마저도 명상을 컨셉으로 전시를 연 곳에서 나오는 노래 같다.
남자친구는 쑥 라떼, 나는 밤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밤 카푸치노는 크림을 떠서 먹다가 어느 정도 양이 줄면 섞어 먹으라고 하셨다. 쑥 라떼는 설탕이 컵 테두리에 뿌려져 있으니 그걸 넣어서 섞어 먹으면 된다고 했다. 이걸 남자친구에게 알려주려고 했는데 음료가 너무 컵에 꽉 담겨 있어서 흘릴까봐 조심조심 놓다가 까먹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좌식 의자가 있는 방에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이 있고 방석도 있고, 앉은 다리를 하고 차를 마시니 참 평온하고 좋았다. 밤 카푸치노는 커피 대신 우유에 밤 가루를 섞어 만든 것 같았다. 위에 있는 과자는 아주 바삭하지는 않고 꿀에 절여 있는 것처럼 찐득했다.
한참 수다를 떨다가 우리는 영화 위키드 포굿을 보러 갔다. 나는 너무 감동받고 재밌게 잘 보아서 그건 따로 글을 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