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키토리리, 겨울날 온화한 닭고기 수프와 꼬치구이

by 신하연


나는 버스를 타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우리 동네에서 버스를 타면 세 정거장만에 남자친구의 동네로 갈 수 있다. 가깝고 친숙한 남자친구의 동네로 가는 길은 언제나 편안하고 두근거린다. 버스가 언덕을 넘어가고, 나는 평소처럼 진동벨을 눌렀다. 오늘은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렸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식당이 좀 더 멀리에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야키토리리를 찾아 걸었다.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식당 앞에서 간판을 보고 있었다.

“안녕?”

내 부르는 목소리에 남자친구는 나와 눈이 마주치고 미소를 지으며 간판을 다시 올려다봤다.

“야키토리리가 두 개야.”

하나는 소 구이 집이었고, 하나는 꼬치구이 집이었다. 우리는 꼬치구이를 먹기로 했었다. 5시 50분쯤에 들어가 보니 직원분들이 6시 오픈이라 잠시 후에 모시겠다고 했다. 일본식 식당 답게 가운데에서 조리하는 공간을 두고 바테이블이 그 주위로 빙 둘러 있었다. 6시까지 기다리기 위해 서서 앞을 보니 건너편 병원 건물에 큰 전자 시계가 있었다.

“시계가 있어 좋네.”

일주일 동안 또 잘 지냈는지, 보고 싶었단 말을 하며 인사를 하고 오늘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친구는 논문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고 나는 일을 하고 왔다.

6시가 되어 들어가서 주문했다. 1인 오마카세 2인분을 주문하고, 명란 구이도 주문하고 주류가 필수라서 논알콜 하이볼도 주문했다. 나는 얼그레이 하이볼, 남자친구는 청포도 하이볼을 시켰다. 얼그레이 하이볼은 시원하고 상큼했다. 마시기 편해 계속 마시다가 남자친구 하이볼의 맛을 보니 청포도 맛이 과할 정도로 달았다.

먼저 양배추를 마요네즈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이 나왔다. 상쾌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 양배추를 마요네즈 소스에 찍어 먹으니 부드럽게 느껴졌다. 닭가슴살 부위부터 닭 무릎 연골 부위, 그리고 닭다리살까지 천천히 나왔다. 명란 구이는 고소하고 알알이 구워진 속에서 보슬보슬한 느낌이 났다. 닭 수프도 나왔는데 놀라웠다. 오래 전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하몽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서비스로 받은 빨간 닭 수프와 맛이 비슷했다. 그건 붉은색이었는데 이건 흰 국물이어서 칼칼한 맛이 조금 덜할 뿐이지 깊게 우러난 닭고기 국물의 진한 맛은 놀랍도록 비슷했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며 찾고 싶었던 맛이었다. 이곳에서 발견해서 진심으로 기쁘고 좋았다.

최근에 산 후지필름 디지털 카메라로 음식 사진을 찍으며 남자친구에게 이런 디지털 카메라가 정말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몇년동안 고민하다가 이번 기회에 장만했다고 자랑스레 말하니 잘했다고 했다. 남자친구와의 추억을 조금 더 선명하고 좋은 색감으로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일본 여행을 온 것 같았다. 추운 겨울 날 후후, 닭국물을 마시면서 온화하고 다정한 분위기를 느꼈다. 남자친구 옆에 있으면 언제나 느껴지는 분위기, 그 속에 오늘도 평안하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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