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달콤한 데이트

by 신하연

남자친구와 더현대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눈으로 만들어진 하얀색 카펫을 죽 깔아놓은 것처럼, 더현대서울은 나에게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이다. 건축적으로 가운데 공간을 넓게 비워놓아서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적인 인심을 느끼게 한다. 조밀하게 브랜드가 모여서 손짓을 하는 게 아니라서 천천히 돌아보면서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이미지를 감상해볼 수 있다. 약간의 전시회장 같은 느낌을 방불케 하는 더현대서울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물론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구매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역동성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빌리지에 가는 날이었다. 평일에 남자친구를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바쁜 와중에 날 위해 시간을 내주었다. 그러느라 밤늦게까지 실험과 연구를 하고 일이 조금 밀리기까지 했다.

아주 추운 날에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조금 일찍 보기로 했는데 더현대서울이 10시 반에 오픈한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옆건물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이 오픈런을 하는 건지 꽤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우리도 들어가서 5층으로 올라갔다. 가는 길에 눈길이 가는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4층에 리빙 가구 제품들도 구경하기 좋아 보였고, 5층에는 크리스마스 용품점까지 있었다. 크리스마스 빌리지에 들어갔더니 완전히 크리스마스 세상이었다. 벽돌 집에 눈이 쌓여 있고, 비버가 움직이고, 해리포터의 집에 들어온 것 같기도 했다. 여러 가지 선물과 물건들이 가득 놓여 있어서 겨울의 유럽 분위기가 제대로 났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사진 존이 있어서 트리 앞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유럽 할아버지 서재 안에 들어온 것 같기도 했다. 빨간 상자가 가득한 방이나, 기차가 돌아가고 있는 테이블, 그리고 그 위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용품과 작게 꾸며진 마을 등이 호화로웠다. 집안을 이렇게 꾸미면서 분위기를 내도 좋겠지만, 손도 많이 들고 치우기도 힘들 테니 이렇게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꾸며놓은 곳에 들어와서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는 것도 편리하고 좋았다.

순록에 자동장치를 걸어서 움직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움직이는 여러 동물 인형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크리스마스 빵과 쿠키, 물건을 파는 가게도 안에 있었고, 가운데에는 숲처럼 흰 눈이 가득 쌓인 트리의 숲이 있었다. 나무마다 조명이 가득 달려 있어서 반짝거리는 게 아름다웠다. 호두까기 병정 인형들도 호프만의 동화를 연상시켰다. 연말이 끝나기 전에 이 분위기를 간직하고 누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 다음에 우리는 핑크스로 갔다. 나는 한 달 전에 뉴스 기사를 읽다가 브래드 피트도 줄 서서 먹었다는 미국의 명물 핑크스 핫도그가 한국 더현대 서울에 입점했다는 기사를 읽었고, 그때부터 궁금했다. 먹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핫도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내 말대로 하자고 해주었다. 그렇게 먹게 된 핑크스는 굉장히 맛이 좋았다. 재료도 엄청 많이 들어갔고 빵도 엄청 부드러웠다. 버터번보다 더 부드러웠다. 소세지도 질이 좋아서 두껍고 맛있었다. 내가 주문한 LA 스트리트 버거에는 할라피뇨도 들어가서 느끼한 맛을 잡아 주었고, 채소와 베이컨도 두툼하게 올라갔다. 핑크스 핫도그는 두 손을 쫙 편 것보다도 더 컸다. 거슬리는 맛이 하나도 없고 재료가 잘 어우러져서 먹기 좋았다. 소스 배합도 참 잘 한 것 같았다. 거리 음식으로 시작해 이렇게 크게 성장한 걸 보니, 대단히 능력있는 창업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실력이 있으면 언젠가 이렇게 빛을 보기도 한다. 핫도그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다니, 나는 먹는 내내 감탄하고 놀랐다. 그리고 치즈가 올라간 감자튀김도 케찹과 함께 잘 어울렸다.

우리는 두바이 쫀득 쿠키를 먹으려고 하다가 한 카페에 가서 매진된 것만 발견하고 돌아와 배스킨 라빈스에 가서 1월 1일에 뭐하고 놀까, 찾다가 아바타를 예매하고 헤어졌다.

밤에 함께 유튜브로 보신각 제야의 종 치는 걸 보고 카운트 다운도 하고 나는 소원도 세 개 빌었다.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주세요, 내가 어릴 적의 감성과 감정을 되찾게 해주세요, 남자친구랑 오래 오래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다음 날, 아바타는 취소했다. 도저히 갈 시간이 나지 않았다. 아바타가 3시간 가량이니 부담되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분명히 엄청 재미있을 건 알지만, 주토피아도 최근에 보고 나니 영화 피로도가 있었다. 그보다는 갈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컸지만, 카페 가서 할 일을 다 하고 나니 시간이 남아서 아쉬운 상황이 되기는 했다. 그래도 남자친구가 피곤해해서, 빨리 헤어진 건 좋았던 것 같다. 피로가 쌓이면 안 되니까.

아무튼 우리는 점심으로 옷살에 가서 인도커리를 먹었다. 탄두리치킨도 8조각이나 먹고, 치킨 티카 마살라, 허니난 2개 해서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탄두리 치킨은 조금 건조한 느낌이 있었다. 마요네즈 비슷한 소스에 찍어 먹거나 카레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렸다. 허니난을 커리와 먹는 것도 좋았다. 꿀이 잔뜩 흐르는 허니 난은 커리와 환상의 궁합이다. 밥도 무료였고 따뜻한 수정과 같은 음료도 후식으로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발굴한 커다란 커피빈에서 공부도 재밌게 하고, 나는 글을 많이 써서 그리고 꽤 마음가는 대로 잘 써져서 좋았다. 이번 데이트도 너무 재밌었다.

내가 아이스링크장 가서 스케이트 타자, 또는 체육관 가서 배드민턴 치거나 농구 하자고 주장해서 남자친구가 어지러워 했지만 나는 배려해서 빨리 집으로 보냈다. 언젠가 같이 내가 좋아하는 액티비티 등을 같이 해주겠지 싶다. 남자친구는 찜질방 가고 싶어했기 때문에 언젠가 같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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