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8일 금요일 둘째날
엄마와 호텔 조식을 먹으려고 내려갔다. 이랏샤이마세, 하며 직원들이 반겨 주었다. 서양인 가족과 일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식판에 작은 고등어 구이, 떡갈비, 얇게 훈제한 고기, 초콜릿 페스츄리를 담았다. 배추가 들어간 뽀얗고 하얀 국도 가져왔다. 여러 음식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고등어 구이는 작아서 먹기 좋았고, 떡갈비는 도톰해서 씹는 맛이 있었다. 얇게 훈제한 고기에서 오래된 연기 맛이 났고, 초콜릿 페스츄리에 버터를 발라 먹으니 부드럽고 풍만한 맛이 났다. 파인애플과 오렌지를 후식으로 고르다가 후라이드 치킨과 고기 종류를 또 담았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는데, 가져와놓고 보니 다 먹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다 먹어야지,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뷔페에서 음식을 남기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 말씀에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았다.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무거워졌다. 내가 놓친 것은 당연하게 지켜야 할 예의였고, 이 순간 그걸 잊고 철없이 행동했다. 엄마는 가져온 음식을 깨끗하게 드셨다. 그 빈 접시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필요한 것만 담아서 먹는 건 소박하고 정갈한 삶을 의미한다. 나는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욕심을 부렸다. 그 욕심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결국 남은 음식을 버렸다. 이건 무심한 걸 넘어서 제멋대로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서 어떤 사람인지 드러났다. 나는 부끄러웠다.
나는 산책을 갔다 온다고 말씀드렸다. 어제 교토역에서 오는 길에 우메코지 공원을 보았는데, 넓은 잔디가 깔려 있었다. 사람들은 잔디밭에서 산책도 하고 강아지와 놀기도 했다. 그 위로 해가 갈매기처럼 희고 긴 날개를 펼쳐놓았다. 이른 아침이라 하늘이 연한 색이었고, 구름이 계단처럼 이어졌다. 공원 길을 걸었더니 귀가 쨍하니 울릴 정도로 우는 매미 소리가 들렸다. 어느 길에서는 소리가 더 커졌다. 온 숲이 매미 소리로 차서 쩌렁쩌렁 진동했다. 소름이 돋기도 하고, 처음 듣는 큰 소리에 신기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여유롭게 매앰 매앰 울어대는 매미와는 천지차이였다. 호흡을 가다듬지도 않고 빠르게 울었다. 매미 숲에서 벗어나 산책로의 벤치로 가니 소음이 아까보다는 줄었다. 잠이 와서 벤치에서 졸다가 눈을 떴더니, 한 소녀가 내 머리카락이 땅에 닿는다는 걸 알려주었다.
돌아와서 쉬다가 엄마와 교토역으로 갔다. 우리는 지하로 내려갔다. 엄마는 빨간 튤립이 그려진 검은 양우산을 샀다. 버스를 타고 어제 본 번화한 거리로 갔다. 이름이 시조 카와라마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찻잔이나 카메라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시장 같은 골목길을 걷다가 큰길로 나와 보니 사만다타바사 가방이 50% 세일 중이었다. 그 건물 2층으로 올라갔더니 분홍색 메이드 원피스와 짧은 교복치마를 파는 옷가게가 있었다. 스마일 모양의 체인이 달린 티셔츠도 있었고 전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입는 것 같았다. 거리가 깨끗한데도 물건이 쌓여 있고, 테마에 맞게 여러 가지를 판매하니까 눈이 즐거웠다. 여러 물건을 보기만 해도 눈 안에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뭔가가 쌓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기억이 충만해지고 다양한 것들을 보며 엄마와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
구내염이 나서 약국에 들렀다. 입안 헌 데 좋다는 비타민 b1과 곤약젤리, 포도알 젤리, 모기약, 발 패치를 샀다. 젤리를 먹으며 시장 구경을 더 했다. 포도알 젤리는 포도를 씹는 것 같은 식감에 촉촉한 맛이었다. 곤약 젤리는 가벼운데도 수분 보충을 해주었다. 그림 전시하는 곳도 보았다. 산수화였는데 선이 거칠어서 잘 그린 것 같지는 않았다. 방문객의 이름을 적는 곳에 엄마가 이름을 한자로 적으셨더니, nice writing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거리를 걷다가, 엄마가 시계를 선물로 주셨다. 줄이 기니까 시곗방에 가서 줄이라고 하셨다. 지금 계시는 직장에 처음 들어가셨을 때 좋은 시계를 차는 사람을 보고 멋있어 보여서 엄마도 장만했다고 하셨다. 그렇게 귀한 걸 주시다니 나를 많이 아끼시나 보다. 세원이가 교토역으로 온다고 해서 버스 원데이 패스권을 사고 기다렸다. 해외봉사를 간 인도네시아의 물과 공기가 좋지 않아서 목이 쉬었다고 했다. 소리가 이상했고 계속 기침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