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자기 관리론>,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
나는 과연 지금 어떤 글을 쓰고 있는가 생각해 본다.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 자다가 정작 일어나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니 졸음이 왔다.
눈 떠보니 5시 40분.
데일 카네기 <자기 관리론-걱정하는 습관을 버리는 법> 중에 두 번째 이야기를 읽는다.
먼저 읽었던 첫 번째 방법은, 바쁘게 움직이고 행동에 몰두해라!
오늘 읽는 두 번째 방법은, 딱정벌레 때문에 쓰러지지 말라!
우리는 사소한 일에 신경 쓰고 걱정한다.
데일 카네기는 "로버트 무어"라는 사람이 일본함의 미사일 공격으로 15시간 동안잠수함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사례를 들어 평소 우리가 고민하는 일들이 그에 비하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말한다
"긴 업무 시간, 얼마 되지 않는 월급, 낮은 승진 가망성을 걱정했죠. 제 집이 없는 것, 새 차를 사지 못한 것 , 항상 잔소리하고 호통 치는 상사도 얼마나 미워했는지 모릅니다. (...) 집에 돌아와 별 것 아닌 일로 아내와 말다툼하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 수많은 폭뢰들이 저를 세상으로 날려 버릴 듯 위협하는 상황이 되니 그런 제 걱정들은 너무나 우스워보였습니다. 저는 그때 잠수함 안에서, 살아서 물 밖으로 나가기만 한다면 절대로 걱정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다시는 걱정하지 않겠다!" _"로버트 무어" (102면)
콜로라도에는 수명이 400년 정도 되었던 거대한 나무의 잔해가 있는데 이 나무는 400년 동안 셀 수 없는 눈사태와 폭풍을 견뎠지만 딱정벌레 때가 공격해 오자 쓰러지고 말았다고 한다.
"우리도 그 숲에 있던 거대한 나무처럼 싸우고 있지는 않을까? (...) 걱정이라는 조그만 딱정벌레. 너무 작아서 손가락으로 눌러 죽일 수 있는 조그만 딱정벌레가 우리의 마음을 갉아먹도록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109면)
나도 어제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다.
나의 감정, 나의 삶, 사람과의 관계, 충분한 상호작용이 없는 말이 주는 상처와 오해 같은 것.
나를 드러냄에 한 발짝 물러서야겠다는 못난 마음까지.
이런 생각을 하니 잠이 올리가 있나...
"우리가 그런 것들을 신경을 쓰고 짜증 내는 이유는 그것들을 너무 과대평가하기 때문이지" - "호모 크로이" (106면)
나의 일상을 무너뜨리려는 너는 고작 "딱정벌레"였다니.
얼른 정신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오자.
오늘 글벗 레옹 작가의 글을 읽다가 "감정 순환"이라는 말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안개 같이 무거운 고민이 내 안에 가득해서 몸도 마음도 가라앉는 걸 걱정하는 듯했다.
사실 어제 하루 나는 이렇게 힘든데 벚꽃이 피고 떨어지는 게 다 뭔 소용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침 독서를 하며 사소한 고민거리에 사로잡혀 있던 내가 다시 깨어난다.
_"벤저민 디즈레일리
다행히 어제 내린 4월, 봄눈도 녹았고, 감정 순환, 기분 전환을 위해 오늘은 좀 걸어야겠다.
바람이 세차게 불긴하지만.
가끔은 철학자나 성현의 가르침보다 옆집 할머니와 수다가 더 필요한 순간이 있다.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을 읽는다.
어.. 그러고 보니 책의 부제에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었지.
하긴, 삶 자체가 철학적 사유의 연속이니까.
고상한 철학 말고 "할머니 철학"을 읽어보겠다.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한국식 때밀이 체험을 하는 사노 요코.
역시나 이 할머니는 남을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옆에 누운 나체 여성을 바라보며 기타카루이자와의 설산의 산릉선을 떠올리는 그녀다.
요즘 글쓰기 스터디 과제 중에 "사물"을 관찰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사유를 해보는 게 있다.
아마 사노 요코가 살아 돌아와 우리 모임에 들어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녀라면 컵으로 요강도, 아니 그 이상도 떠올릴 것 같다.
그녀는 쓰레기에 관심이 많다.
몇 장 읽지 않았는데 쓰레기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온다.
유리공예가인 마리는 "인간은 생산적 이어선 안 돼. 쓰레기나 만들 뿐이니까"라고 말했다.
본인은 실로 아름다운 유리공예품을 만들면서도 이런 말을 한다.
"난 불가연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거야." 자각 있는 예술가는 훌륭하다. (42면)
그렇다면 자각 있는 글 쓰는 사람은 과연 이 순간 어떤 이야기를 이 세상에 만들어내고 있나.
인문학적인 글, 철학적인 글, 정보가 있는 글, 문학적인 글....
과연 그것들만 "글"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시답잖은 이야기, 별거 없는 일상 이야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반짝이는 것들이 있다.
일상적인 글 속에 사유와 철학과 유머를 뿌려 놓은 사노 요코의 글을 읽는 것은 할머니의 옛이야기에 담겨있는 전래 동화의 교훈보다 더 짜릿하다.
오늘 하루, 책 속에 숨어있는 모래 속의 사금을 찾아 다들 마음 부자가 되어보자.
참고> 데일리 카네기 <자기 관리론>, 더스토리. 초판 1쇄. 2024
참고>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