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벤트가든에서 소호, 블룸즈버리, 캔싱턴까지
런던의 6월 아침, 파티에 쓸 꽃을 사러 집을 나선다. 무엇보다 런던 거리를 거니는 게 좋다.
I love walking in London.
런던 거리를 거니는 게 좋아요.
-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1925)
코벤트 가든, 런던의 활기
그 발걸음은 곧 본드 스트리트(Bond Street)로 향한다. 거리의 꽃가게마다 장미와 아이리스가 가득하다.
There were flowers … roses … irises.
꽃들이 있었다 … 장미, 그리고 아이리스…
- Virginia Woolf <Mrs. Dalloway>
버지니아 울프의 이 장면은 자연스레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으로 이어진다. 꽃향기와 시장의 활기가 밀려오고, 극장과 예술가, 보헤미안들이 어우러진 이 거리는 지금도 오래된 런던의 공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같은 길 위의 버지니아 울프와 찰스 디킨스
한 세기 전, 찰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고아 올리버가 런던으로 도망해 소매치기 도저(Doger)를 따라 처음 간 곳으로 코벤트 가든을 그렸다. 범죄 세계에 휘말린 올리버는 어둠 속에서도 따뜻한 손길을 만나 출생의 비밀을 밝히고, 새 가족과 함께 삶의 자리를 찾아간다. 디킨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빈곤과 불평등을 소란한 시장 풍경 속에 담아냈다. 그의 문장은 여전히 코벤트 가든의 소란스러운 활기와 서민적인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 as some country fellow from Covent Garden market might be supposed to do…
코벤트 가든 시장에서 온 시골뜨기처럼…
— 찰스 디킨스, <Oliver Twist> (1837~ 1839)
꽃을 따라 걸었던 버지니아 울프, 어둠 속 아이들을 기록한 찰스 디킨스, 두 사람은 다른 시대에 같은 길 위에서 런던을 써 내려갔다. 그들의 문장이 풍경 속에 자연스레 겹쳐진다.
광장에 들어서면 꽃으로 가득한 파란 바퀴 수레가 먼저 눈에 띈다. 채소와 과일을 실었던 장터 수레는 이제 꽃과 초록을 싣고 옛 정취를 품고 있다.
코벤트 가든의 역사와 오늘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이라는 이름은 중세 웨스트민스터 수도원의 ‘수도원 정원’에서 비롯됐다. 17세기, 건축가 인고 존스(Inigo Jones)가 런던 최초의 인공 광장과 세인트 폴 교회를 세우며 상류층 주거지로 바뀌었고, 18~19세기엔 농산물 시장과 공연 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1974년 시장이 폐쇄된 뒤 재개발되어, 오늘날에는 상점·카페·거리 공연이 어우러진 런던의 명소가 되었다.
1830년에 세워진 아치형 유리 지붕 위로 햇살이 스며들고, 그 아래로는 바이올린 선율이 흐른다. 2층 갤러리는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인형 가게와 카페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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