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뉴욕의 가을, 래리 벨의 빛이 연주되다

유리와 빛, 계절이 만드는 메디슨 스퀘어 파크의 즉흥 연주

by 꽃보다 예쁜 여자


단풍잎이 노랗게 물든 매디슨 스퀘어 파크(Madison Square Park). 맨해튼 한가운데서 빛과 도시가 함께 만들어내는 가을의 즉흥곡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공원 앞 트럼펫과 색소폰 거리연주 소리가 나뭇잎 사이로 번지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춘다.



미국 조각가 래리 벨(Larry Bell)의 야외 설치 프로젝트 <공원에서의 즉흥 연주> (Improvisations in the Park)는 공원을 하나의 미술관으로 바꾸어 놓았다. 유리, 금속, 빛이 만나며 시간과 날씨에 따라 가을의 색이 달라지고, 빛은 공간을 새로 작곡한다. 그 순간, 공원은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된다.





세 건물의 이야기


매디슨 스퀘어 파크를 둘러싼 건물들은 서로 다른 시대의 뉴욕을 품고, 미술관의 배경이 되어 서 있다. 북쪽을 바라보면, 가을 나무들 사이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이 모습을 드러낸다. 1931년 완공된 이 빌딩은 공원을 둘러싼 오래된 건물들과 나란히 서서, 이 계절만의 장면을 만들어낸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 너머로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931)과 노마드 지역의 역사·현대 건물이 함께 들어오는 북쪽 전망.



입구 쪽에서는 삼각형의 플랫아이언 빌딩(Flatiron Building)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1902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맨해튼 고층화의 시작을 알렸고, 지금도 수많은 영화와 사진 속에서 도시의 얼굴처럼 등장한다.


그 옆에는 흰 시계탑의 메트라이프 타워(Metropolitan Life Tower)가 서 있다. 1909년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며, 네 면의 시계는 여전히 도시의 시간을 비추고 있다.



좌:: 흰 시계탑의 메트라이프 타워 , 우: 플랫아이언 빌딩


조금 더 북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뉴욕 라이프 빌딩(New York Life Building)이 있다. 1920년대 후반에 세워진 이 건물은 고딕 리바이벌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황금빛 금속으로 마감된 옥상은 석양이 질 무렵 왕관처럼 빛난다.


세 건물은 각기 다른 세기의 시간 속에서 세워졌지만, 지금은 같은 공원을 향해 나란히 서 있다. 그 아래에서 공원의 시간은 오늘도 천천히 이어진다.



뉴욕 라이프 빌딩(왼쪽, 1928)과 원 매디슨 애비뉴(가운데) 사이로 보이는 가을의 매디슨 스퀘어 파크.



공원 속에서 연주되는 즉흥곡, Larry Bell의 Improvisations in the Park


매디슨 스퀘어 파크의 잔디 위에는 빛과 색, 공기와 유리가 어우러진 구조물들이 놓여 있다. 시간과 날씨,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주변 건물의 유리창에 비친 빛까지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빛이 조금만 달라져도, 공원은 다른 연주를 시작한다.



〈Standing Walls〉 (2025)



2024년 10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래리 벨의 첫 뉴욕 공공 설치이자,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의 공공 예술 프로그램이 20주년을 맞이한 해에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기존작 네 점과 신작 두 점이 함께 전시된다. 그가 60년 동안 탐구해온 빛과 유리의 관계가 공원 안에서 다시 펼쳐진다.



Fourth of July in Venice Fog(2018)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꽃보다 예쁜 여자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꽃보다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 꽃을 만드는 공예가입니다. 물론, 외면이 아닌 내면입니다.

4,38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